X

英여왕 '세기의 장례식' 엄수…200개국 귀빈 참석·100만 시민과 '작별'

방성훈 기자I 2022.09.19 19:58:47

19일 런던 웨스트민스터사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장
바이든 "70년간 함께해 행운"…尹, 찰스 3세 국왕 만나 애도
200개국 정상·왕족, 전·현직 英총리 등 2000여명 참석
中, 인권문제로 참배 금지당해…푸틴은 초대조차 받지 못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70년 동안 영국을 다스리며 96세 일기로 서거한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전 세계 주요 지도자 등 2000여명의 배웅 속에 영면에 들어갔다. 1년 반 전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필립공 옆에 나란히 누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70년 동안이나 여왕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우리 모두에게 행운”이라며 경의를 표했다. 런던 시내에서 진행된 장례 행렬에는 여왕과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100만 시민들이 몰렸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국장이 치러지는 19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홀에 안치돼 있던 여왕의 관이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운구되고 있다. (사진=AFP)


지난 8일 세상을 떠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19일(현지시간) 오전 11시(한국시간 19일 저녁 7시)에 런던 웨스터민스터 사원에서 국장으로 거행됐다. 앞서 버킹엄궁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한 뒤 14일부터 런던 웨스트민스터홀에 여왕의 관을 안치하고 일반에 공개했지만, 이날 오전 6시 30분 국장을 위해 일반인 참배를 공식 종료했다. 전날 거의 마지막으로 참배 허가 팔찌를 부여 받았던 71세 남성은 이날 새벽 2시 30분에 애도를 마친 뒤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여왕의 관은 이날 오전 10시 44분 길 건너편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마차를 이용해 운구됐다. 마차는 여왕의 아버지인 조지 6세와 윈스턴 처칠 전 총리가 사용했던 해군 포차다. 여왕의 서거와 동시에 자동으로 왕위를 계승한 74세 큰아들 찰스 3세 국왕과 윌리엄 왕세자 등이 마차 뒤를 따라 걸으며 사원으로 함께 이동했다.

장례식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사제가 집전한 뒤 캔터베리 대주교의 설교,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봉독 등의 절차로 진행됐다. 오전 11시 55분 영국 전역에서는 2분 간 묵념이 이어졌고 백파이프국가 연주와 함께 장례식이 마무리됐다. 묵념 시간 전후로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는 15분 동안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바이든 미 대통령, 나루히토 일왕,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세계 주요국 정상과 왕족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영국 전·현직 총리 등 주요 인사들까지 포함하면 총 2000여명이 여왕의 마지막 길에 자리를 지켰다.

이후 오후엔 여왕의 관이 런던 중심부를 거쳐 버킹엄궁을 지나 하이드파크 코너의 웰링턴 아치까지 약 2.3km를 천천히 이동, 시민들에게도 작별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 때에도 찰스 3세 등 왕실 일가는 걸어서 행렬을 뒤따랐고, 빅벤은 1분마다 종을 울리고 하이드 파크에서는 매분 예포가 발사됐다.

장례 행렬을 보기 위한 인파도 대거 몰렸다. 안전사고 등에 대비해 진행로엔 대규모 경찰, 군인 등이 배치됐다. 현지 연론들은 10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운집했다고 전했다.

여왕의 관이 윈저성으로 운구된 이후, 성내 성 조지 예배당에서는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다시 한 번 소규모 장례 예식이 치러진다. 여왕의 관은 그의 생전 요청에 따라 백파이프 연주와 함께 왕실 지하 납골당으로 옮겨지며, 지난해 4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필립공 옆에 묻힐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가 19일(현지시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참석을 위해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도착했다.(사진=AFP)


윤 대통령 등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한 세계 각국 정상들은 대부분이 전날인 18일에 런던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도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18일 런던에 도착한 뒤 곧바로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국왕 주최로 열린 리셉션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이 자리에서 찰스 3세 국왕에게 애도의 뜻을 전달했다.

앞서 17일 심야에 도착한 바이든 미 대통령은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18일 여왕의 관이 안치된 런던 웨스트민스터홀을 찾아 조의를 표했다. 그는 여왕의 관을 바라보며 성호를 긋고 손을 가슴에 댄 채 고인을 추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조문록에 “엘리자베스 여왕은 직무를 위한 변함없는 헌신으로 전 세계로부터 존경을 받았다”고 적은 뒤 서명했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트러스 영국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으나 이를 21일 유엔총회 기간으로 연기했다.

우크라이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대신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대신 장례식에 참석했으며, 그 역시 18일 웨스트민스터홀을 찾아 참배했다. 중국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대신 왕치산 국가 부주석이 참석했으며,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당국으로부터 웨스트민스터홀 참배는 금지당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불참해 폴 갤러거 대주교가 대신 참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의 동맹국인 벨라루스, 시리아, 미얀마, 아프가니스탄 정상은 초대받지 못했다.

한편 엘리자베스 2세의 장례식은 1965년 거행된 윈스턴 처칠 이후 57년 만에 처음으로 거행된 국장으로, 약 23억파운드(약 3조605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또 초청된 정상급만 500여명에 달했던 만큼 보안작전 규모나 투입 병력도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귀빈 의전에만 공무원 300명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