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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제생 ‘시스템반도체’ 우등생으로…2030년 파운드리 1위 목표

김상윤 기자I 2019.04.30 15:30:00

정부, 시스템반도체 비전·전략 발표
생태계 육성·수요 매칭·인재육성 3대축
차세대 반도채 개발에 10년간 1조원 투입

경기 화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내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정부가 ‘우등생’ 메모리뿐만 아니라 ‘낙제생’ 시스템반도체도 적극 육성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파운드리(Foundry: 위탁생산업체) 세계 1위를 쟁취하고, 현재 1.6%에 불과한 팹리스(Fabless: 설계전문업체)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걸음마 단계인 시스템반도체..기술력 美 80% 수준

정부는 30일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면서 2030년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반도체는 크게 D램 등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등 비메모리로 나뉜다. 메모리 반도체가 정보를 저장하는 장치라면, 비메모리반도체는 컴퓨터 CPU, 휴대폰 AP처럼 연산·분석기능을 한다. 메모리 반도체가 글로벌 경기에 따라 가격이 출렁거리는 것에 반해 시스템반도체는 다품종 생산 특성상 수요변화에 비교적 둔감한 편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반도체 수출이 큰 타격을 입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시스템반도체 육성이 필요한 시기다.

삼성,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비메모리분야에서는 힘을 못 쓰고 있다. 시스템반도체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1% 수준이고, 기술력은 세계 1위 미국에 비하면 80% 수준에 그친다. 글로벌 50대 팹리스에 우리나라기업은 LG계열사인 실리콘웍스만 이름을 올릴 뿐이다.

정부는 그간 시스템IC2010(1998년~2011년), 시스템2015(2011~2016) 사업을 추진하면서 DDI(디스플레이구동칩), 이미지센서 등에서 일부 성과를 내긴 했지만, 시스템반도체의 벽은 높다. 팹리스 시장은 인텔, 퀄컴 등 미국 기업이,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 TSMC가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메모리분야의 경우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을 잡는 방식이라면, 비메모리분야는 다품종 맞춤형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설계가 핵심이다. 과거 우리 기업의 ‘패스트 팔로’ 방식으로 접근하기엔 한계가 많다.

◇생태계 육성해 수요-공급 매칭..인력양성 나서

이에 정부는 시스템반도체 특성을 감안해 크게 △생태계 육성 △시장 수요 매칭 △인력 양성이라는 세가지 축으로 대책을 수립했다.

정부는 우선 팹리스-수요기간간 협력 플랫폼인 얼라이언스 2.0을 구축했다. 얼라이언스는 현대모비스(012330) LG전자(066570) 한국전력(015760) 등 수요기업과 넥스트칩 텔레칩스 실리콘 웍스 등 시스템반도체 공급기업을 합쳐 25개 기관으로 구성된 연합체다. 연합체는 △자동차 △바이오·의료 △IoT가전 △에너지 △첨단로봇·기계 등 5대 분야에 집중해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하기로 했다. 정부는 얼라이언스에서 발굴된 유망기술은 연간 300억원 규모의 정부 연구개발(R&D)에 우선 반영할 예정이다.

과거 대책이 시장수요와 무관하게 기술을 개발 전략을 짰다면, 앞으로는 전략적으로 수요기업과 공급기업간 연계를 통해 시스템반도체를 육성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정부는 팹리스와 파운드리간 가교 역할을 하는 디자인하우스에 설계 최적화 서비스 인프라도 지원한다.

파운드리의 경우 삼성은 하이테크 분야, DB하이텍·매그나칩 분야는 중급 미들테크 시장을 공략하는 식으로 두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전략을 짰다. 삼성이 퀄컴, 애플 등 대규모 고객을 끌어들일수 있도록 대규모 투자와 신기술 개발에 대한 세액 공제를 추진한다. 나머지 기업의 경우 전력반도체, 아날로그반도체 등 분야에서 시장을 잡을 수 있도록 사업구조 고도화에 금융지원을 하기로 했다.

시장 수요를 끌어올리기위해 공공조달도 늘린다. 정부는 한전,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을 통해 2030년까지 2400억원 이상의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열악한 중소 팹리스 기업들이 공공조달을 통해 ‘트랙레코드’를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공공수요를 확대하면서 팹리스업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에너지 공기업 외에 국방, 교통인프라 분야에도 수요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스템 반도체는 다품종 맞춤형 산업의 특성상 고급·전문인력 육성이 관건이다. 이에 정부는 2021년부터 연세대·고려대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해 2030년가지 3400명의 인력을 배출하기로 했다. 시스템반도체 전공트랙을 신설해 등록금 지원 및 졸업 후 채용 우대 프로그램을 돌린다.

기업수요기반 연구개발(R&D)사업을 통해 석·박사 인력도 4700명 공급하고, 폴리텍대학(안성)을 반도체 특화형으로 전환해 실무인력 8700명도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10년간 1조원 R&D 투입

정부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향후 10년간 1조원 이상의 연구개발(R&D) 예산도 투입한다. 그간 반도체 분야에 대한 R&D지원은 끊겼지만, 향후 시장을 주름잡기 위해서 적정 수준의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자동차, 바이오, AI반도체 등 제조업 미래를 견인할 차세대 반도체 핵심 원천·응용기술 개발 및 핵심기술 보호 시스템 정비 분야에 기술을 개발할 방침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시장의 변동에 우리 반도체 산업이 신속히 대응하도록 범부처적 경쟁력 강화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정부 예산은 향후 늘려나갈 방침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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