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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이 금융시장 흐름 바꾸나…주식값↑ 금값↓(종합)

김정남 기자I 2016.06.28 18:12:25

정부 추경 소식에 증시 반등…원화값도 강세
안전자산은 갑자기 약세장…금·채권값 하락

28일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각종 경제지표를 모니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정부가 ‘추경 단비’를 내리자, 금융시장이 모처럼 기지개를 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카드를 꺼내들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만연했던 불안감이 완화될 조짐이다. 브렉시트의 우려가 점차 진정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주식가격이 반등한 게 대표적이다. 원화 가치도 올랐다. 브렉시트 이후 몸값이 치솟은 금과 채권 등 안전자산은 추경 발표를 기점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대내외 경제상황이 엄중한 만큼 추경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국민의 시름과 고통을 덜어 드리기 위해 추경을 조속히 추진해서 집행되도록 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하면서 시장은 안도하는 기류가 읽힌다.

◇정부 추경 소식에 증시 반등…원화값도 강세

2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 대비 0.49%(9.37포인트) 오른 1936.2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간밤 뉴욕증시 등 글로벌증시가 고꾸라진 탓에 하락 출발했지만 추경 소식 이후 오전 10시24분을 기해 상승 전환했다.

간밤 뉴욕 증시는 브렉시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0% 하락한 1만7140.24을 기록했다. 우리 증시도 장 초반 그 영향을 받았다. 그러다가 추경 편성 소식이 전해지자 강한 반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추경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휩싸인 우리 경제가 반등의 계기를 모색할 수 있는 기폭제로 평가된다. 증시에는 호재다.

이날 코스닥도 전거래일 대비 1.72%(11.18포인트) 오른 659.30으로 마감했다. 장 초반 하락 출발해 640선 근처까지 밀렸지만 이후 반등하며 660선에 근접했다.

외환시장도 마찬가지다. 위험자산인 원화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00원(0.93%) 내린(원화 강세) 1171.30원에 거래됐다.

달러화는 이날 1182.2원(-0.1원)에 출발했고, 이후 장 초반 1180원 중반대에서 움직였다. 그러다가 정부의 추경 소식이 전해진 오전 10시 이후부터 위험자산인 원화는 강세를 띠기 시작했고, 원·달러 환율은 1170원 초반대까지 낙폭을 키웠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가 당장 신용 리스크나 경기 둔화로 이어지는 사건이 아니기에 불안이 일부 해소됐다”며 “선진국 중앙은행이 돈을 더 풀고 중국이 구조조정 시기를 늦춘다면 신흥국에 자금이 더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한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위험자산 회피 국면에서 달러화 매수(롱) 포지션을 구축했던 세력이 이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 낙폭이 확대됐다”고 전했다.

◇안전자산은 갑자기 약세장…금·채권값 하락

반면 안전자산의 인기는 갑자기 식었다.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금이 대표적이다. 금은 전날 사상 처음 g당 5만원을 넘겼다가, 다시 4만원대로 하락했다. 이날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금 1g은 전 거래일보다 1.63% 하락한 4만9380원에 마감했다.

출발은 상승세였다. 하지만 오전 10시25분을 기점으로 하락 전환했고, 4만원대로 내려앉았다. 브렉시트 공포로 인해 금의 인기가 치솟던 최근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이날 금 거래량은 30.5㎏으로 전날(56.1㎏)보다 45.6% 감소했다.

채권시장 분위기도 비슷했다. 정부의 추경 편성으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퍼지면서, 안전자산인 채권의 수요는 그만큼 약해졌다.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권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1.2bp(1bp=0.01%포인트) 상승한 1.248%에 마감했다. 채권금리가 오르는 건 채권가격이 내리는 걸 의미한다. 국고채권 5년물 금리 역시 1.2bp 오른 1.301%에 거래를 마쳤다.

통안증권 1년물과 2년물 금리는 각각 0.6bp, 0.9bp 올랐다. 회사채(무보증3년)AA-와 회사채(무보증3년)BBB- 금리는 각각 0.8bp, 1.1bp 상승했다.

다만 추경 효과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진명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규모 추경은 이미 예상됐다”면서 “정책 방향도 특별한 변화를 보 이지 않았고 이미 예고된 정책이 다수라는 점에서 시장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백윤민 교보증권 채권담당 연구원은 “최근 발생한 브렉시트 우려와 경기 부진 등의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추경이 시장의 방향성을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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