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8개월 끌었지만…회계 전문가들은 '팩트 없는' 삼성 수사 비판

피용익 기자I 2020.06.03 16:03:06

"분식회계 아니라고 이미 결론난 사안을 계속 수사"
"전문가들이 봐도 내용 복잡…이재용 지시 불가능"
재계에선 '인권 침해' 비판도…삼성 사업 차질 우려

[이데일리 피용익 배진솔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검찰의 기소 가능성에 대응해 사실상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 문제를 둘러싼 검찰 수사에 대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것은 이 부회장의 결백함을 호소하는 동시에 무리한 수사에 따른 경영 차질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3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검찰은 현재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반면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은 바이오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 전문가들, 검찰의 무리한 수사 비판…“논리와 팩트 부족”

그동안 회계 전문가들은 삼성 경영권 승계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 왔다. 삼성의 회계 이슈는 부실을 숨기기 위해 재무제표를 조작하거나 가공한 사례와는 달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어떠한 회계처리 방식으로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에 대한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봤다. 수사심의위에서 이러한 입장이 반영된다면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고의 분식회계 주장은 논리나 팩트 모두 근거가 부족하다. 2012~2013년은 삼성바이오가 에피스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고, 바이오젠은 겨우 15%의 지분만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종속회사로 처리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오히려 관계회사로 회계처리하면 그 자체가 분식회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와 아무 상관 없다. 회계를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 같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이 사건 전에 삼성은 이재용으로 경영권 승계 확정돼 있었는데, 소급해서 연결시키는 것이 시간적으로도 논리가 안 맞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은 지난 2017년 2월 금융감독원이 “회계기준 위반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사안이다. 그런데 금감원은 이듬해 4월 참여연대 출신 김기식 전 원장이 취임한 직후 돌연 ‘고의적 분식’으로 판단을 바꿨다.

이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건은 애초 전 정부 하에서 여러 번 확인하고 문제가 없다고 한 사항인데, 정권이 바뀐 후 분식회계로 돌변했다. 금융감독원이 과거 정권 시기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내린 판단을 뒤집은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명백한 권력남용이라고 생각한다”며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주장은 회계학을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논란”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분식회계를 직접 지시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호중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바이오 관련 회계 논란은 전문가 입장에서도 굉장히 복잡하다. 자세한 내용을 이재용 부회장이 알기는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분식회계와 관련해서 이 부회장을 연결짓는 것은 무리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시를 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알지도 못했을 것 같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겠느냐”며 “회계 전문가도 헷갈리는 내용을 이 부회장이 지시했을 리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분식회계 여부도 회계학 교수들은 거의 100%는 아니라고 한다. 심의위가 열리면 국민들이 무엇이 쟁점인지, 정말 잘못이 있었는지 알게 될 것”이라며 “삼성이라고 무조건 나쁜 짓을 했다고 하면 잘못된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 검찰, 1년 8개월째 무리한 수사로 비판

재계는 삼성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우려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1년 8개월째 이어지자 ‘인권 침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실제로 이 부회장에 앞서 검찰에 불려간 삼성 전·현직 고위 관계자만 해도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사장),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 등 100여명에 달하고, 소환 횟수도 100여회에 이른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검찰 압수수색도 삼성 관계사 17곳에서 7차례 정도 이뤄졌다.

이 부회장은 이번 계열사 합병 건 외에도 2017년 2월 국정농단 뇌물 혐의로 구속됐다가 2018년 2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뒤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와 관련된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회계 의혹과 합병, 그리고 승계를 둘러싼 검찰의 수사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사안인데, 검찰이 무리하게 ‘범죄’라고 예단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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