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원은 지난해 말 조합에 추가 공사비 1조1385억원 중 약 1630억원(14%)만 검증할 수 있다는 의견을 회신했다. 남은 9700억원은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사적으로 협상해야 하는 데 조합과 시공단은 서울시 중재에 따라 지난해 공사비 검증 결과를 계약서에 반영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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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여기서 촉발했다. 지난해 양측이 합의한 합의문에는 ‘부동산원의 검증 불가 시, 시공사업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라야 한다’고 표기했다. 이를 두고 조합에서는 시공단이 공사 중단 가능성 등의 상황을 이용해 해당 조항을 강제로 추가했다며 ‘독소조항’(법률이나 공식 문서 등에서 본래 의도하는 바를 교묘하게 제한하는 내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시공단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양측이 합의한 사안이라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부동산원의 검증 불가 선언 이후 해당 합의문 조항이 도마 위에 오르며 ‘독소조항’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 해당 조항을 두고 법조계와 건설업계에서는 생소한 조항이라며 총회에서 결의했기 때문에 ‘독소조항’으로 분류해 무효로 하기는 쉽지 않겠다고 내다봤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10일 “부동산원이 검증을 제외한 항목과 관련해선 작년에 이미 합의한 사안이라 더는 조합과 협의할 만한 것이 없다”며 “부동산원이 검증을 제외한 항목은 분양지연에 따른 추가금융비용, 물가 상승분, 중단기간과 공사재개에 따른 손실비용 등으로 해당 기관의 검증 영역이 아닐뿐더러 공사를 재개하고 수행하기 위해 명백히 투입한 비용이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시공사업단과 조합은 변경 공사비에 이미 합의했고 그에 따른 변경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특별한 사안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공사를 다시 중단할 일도 없고 합의한 계약에 따라 사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시공사업단이 주장한 ‘변경계약’은 지난해 10월 조합이 총회를 열고 합의문에 ‘제4조(기타) 한국부동산원의 검증 불가·유보·미대상 등의 항목은 시공사업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른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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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조합 측은 공사 중단에 대한 트라우마로 조합원들 사이에선 공사부터 마무리 짓자는 의견이 많아 시공단의 추가 조항을 일단 넣어주자는 의견이 당시엔 많아 이뤄진 계약이라며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했다.
조합 측은 “현재 공사비 격차가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만큼 서로 협의점을 찾아보겠다”며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다른 해결책을 찾아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합은 시공단과의 협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법적 효력이 있는 대한상사중재원에 공사비 검증 중재 요청도 염두에 두고 있다. 조합은 시공사업단과 이달 12일 만나 공사비 접점을 찾기 위한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독소조항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며 대한상사중재원 중재로 갈 확률이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검증 기관과 검증 대상에 대해 양측이 합의해야 하기 때문에 중재 요청까지 시일이 걸릴뿐더러 양측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소송으로 비화할 수 있다.
법무법인 바른 백광현 변호사는 “총회에서 결의한 부분은 독소조항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시정비 전문 법무법인 윤강의 허제량 변호사도 “만약 애초에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사비를 책정됐다면 관리처분계획 행정상 취소, 무효 가능성이 있지만 이미 양측의 합의로 통과한 조항이어서 무효 여부는 더 따져봐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