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회고록’ 논란에…北 “삶의 지침, 보급 못된 것이 수치”

김미경 기자I 2021.05.03 18:32:46

3일 북한 대외선전매체 비난 보도
“언론·출판 자유도 없나, 비정상적 사태”
'어리석은 객기' '파쇼적 망동' 지적
국내에선 판매 중단 및 관련 수사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북한이 최근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출간을 놓고 남측에서 이적표현물 논란이 일고 있는데 대해 “히스테리적인 대결 광기”, “비열한 책동”이라며 비꼬았다.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3일 “최근 남조선에서 위대한 수령님의 회고록이 출판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상식을 초월하는 비정상적인 사태들이 빚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법조계와 보수 언론들은 그 무슨 ‘보안법’ 위반이니 ‘이적물’이니 하고 법석 고아대며 히스테리적인 대결 광기를 부려대고 있다”며 “남조선 당국자들도 해당 출판사에 대한 조사 놀음을 벌여놓고 회고록의 출판과 보급을 막아보려고 비열하게 책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출간을 막는 것은) 태양의 빛을 가려보려는 반동들의 어리석은 객기, 파쇼적 망동”이라며 “민족과 인류에게 참다운 삶의 지침을 밝혀 주는 대백과전서를 지금껏 남조선에서 출판보급되지 못한 것 자체가 민족적 수치”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의와 진리가 말살된 암흑의 땅, 참다운 언론의 자유마저 무참히 유린당하는 민주주의 폐허지대 남조선 사회의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도 했다.

다른 선전매체인 ‘메아리’도 이날 재중동포 사회학자 리명정의 ‘출판의 자유도 없는 자유민주주의’라는 글을 게재해 “남조선에서 얼마만한 자유와 민주주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은 지난 1일과 2일에도 각각 남한 언론 인용과 독자 투고 방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회고록 출간 논란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는데, 이날은 더 직접적으로 비난한 셈이다.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는 1992년 북한에서 김일성의 80번째 생일을 맞아 대외 선전용으로 발간했다.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은 지난달 1일 이 책을 총 8권짜리 세트 원전 그대로 출간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시민단체가 법원에 판매와 배포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교보문고 등 대형 서점들은 이 책의 신규 판매를 중단한 동시에 온라인 서점에서도 검색이 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정부는 회고록 출간을 목적으로 도서 반입을 승인한 적이 없다며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경경찰도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