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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해 견제 필요하다"…중도우파 택한 포르투갈

권소현 기자I 2016.01.25 16:34:41

대통령 선거에서 소우자 후보 득표율 52%로 승리
긴축 끝에 지난 2년간 경제 개선
"좌파 일색으로 스페인·그리스꼴 나면 어쩌나" 우려 작용

△24일 실시된 포르투갈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 우파인 마르셀루 헤벨루 지 소우자 후보가 52%의 득표율로 당선을 확정짓고 의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AFP)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포르투갈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 우파인 마르셀루 헤벨루 지 소우자 후보가 승리했다. 역대 최대인 10명의 후보가 경쟁을 벌였지만 포르투갈 국민은 유일하게 중도 우파 성향을 가진 소우자를 택했다.

24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내무부 선거관리국은 대통령 투표를 99% 개표한 결과 소우자 후보가 52%를 득표해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RTP, TVI, SIC 등 방송 3사가 각각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소우자 후보 득표율은 49%에서 최대 55.7%로 집계돼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2위인 안토니우 삼파이우 다 노보아 후보의 22%를 두 배 이상 앞섰다.

투표에서 50% 이상을 획득한 후보가 나오면 2차 투표 없이 대통령 당선을 확정 짓는다. 이에 따라 소우자 후보는 오는 3월9일 대통령에 취임해 5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

포르투갈은 대통령제를 가미한 의원내각제로 실질적인 정책 집행 권한은 총리가 갖고 있다. 대통령에겐 의회 해산권과 총선 실시 권한이 있지만 형식적인 국가원수 역할을 하는데 그친다.

하지만 현재 포르투갈이 처해있는 경제상황이나 정국불안을 감안하면 소우자 당선인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11월 사회당 등 좌파 연합은 우파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4개년 긴축계획안을 부결시켰다. 우파 정권이 78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은 대한 대가로 2011년부터 추진해온 긴축안에 정면으로 반발한 것이다. 당시 소우자가 소속돼 있는 우파 사회민주당 연립정권은 내각 사퇴를 발표했고 사회당은 공산당, 녹색당 등과 함께 좌파 정부를 출범시켰다. 안토니오 코스타 사회당 대표가 총리에 올라 긴축 완화를 추진해왔다.

이번 선거에서 소우자를 제외한 9명의 후보는 공산주의, 사회주의, 반자본주의 등 각기 다른 이념을 주창했지만 긴축안에 대해서는 똑같이 반대했다.

물론 긴축안으로 포르투갈 국민이 고통을 겪은 게 사실이다. 부가가치세는 13%에서 23%로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받았고, 높은 실업률과 가처분소득 감소로 인해 기본적인 생필품 구매까지 줄여야 했다.

하지만 구조조정 노력 끝에 지난 2년간 포르투갈 경제는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은 40%로 늘었고 실업률은 2013년 17.5%에서 최근 12%선으로 떨어졌다. 작년 경제성장률은 수 년만에 처음으로 플러스로 돌아선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체감경기는 아직 크게 나아지지 않았지만 대통령에 어떤 인물이 당선되는가가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이 유권자들에게 각인되면서 좌파 정권을 견제할 수 있는 소우자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스페인의 포데모스나 그리스의 시리자 등 좌파정권이 집권하면서 경제가 흔들린 것을 목격한 것도 중도 우파로 마음을 돌린 배경으로 꼽힌다.

그동안 소우자 후보는 포르투갈이라는 보트가 난파되길 원하지 않는다며 온건한 성향을 보여왔다. 선거 기간 동안 “대통령은 불안 요인이 아니라 안정 요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 먹힌 것이다.

소우자는 리스본대 법대 교수로 한때 기자로도 일했으며 중도 우파 사회민주당 창당을 주도한 바 있다. 1990년 후반 제1야당 당수를 역임했고, 2000년대 초반부터는 TV프로그램에서 카리스마 있는 비평가로 이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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