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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다이어트 해야만 미녀? 중국 흥행 1위 영화가 던진 화두

이명철 기자I 2024.02.20 18:46:53

춘절 연휴 ‘러라군탕’ 인기몰이…주인공 실제 50kg 감량
中 여성학자 “왜 세속적인 미의 기준을…한숨 나와” 비판
감독·주연 맡은 자링 “날씬해진 것이 아니라 강해진 것”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지난 춘절 연휴 관객 몰이에 성공한 중국 영화 중에서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흥행작이 화제가 되고 있다. 감독 겸 주연을 맡은 중국의 여자 배우가 극비리에 50kg의 폭풍 감량을 선보인 덕택이다. 중국에서는 피땀 흘린 노력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한 배우를 높게 평가하는 여론이 있는 반면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겼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중국 영화 ‘러라군탕’ 포스터. (사진=바이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20일 중국 국가영화국에 따르면 춘절 연휴였던 이달 10~17일 8일간 중국 영화를 본 관객은 1억6300만명으로 전년동기대비 26.4% 증가했다.

박스오피스 수익은 같은기간 18.5% 늘어난 80억1600만위안(약 1조5000억원)이다. 관객수와 박스오피스 모두 춘절 연휴 기간 신기록이다.

중국 박스오피스에서 흥행 1위를 거둔 영화는 ‘러라군탕’(영어 제목 YOLO)이다. 한국어로 해석하면 ‘뜨겁고 맵다’는 의미를 가진 제목의 이 영화는 27억1800만위안(약 5033억원)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하루에 3억위안(약 560억원) 이상의 티켓 판매고를 올린 셈이다.

영화는 집에서 가족들과 갈등을 겪다가 집에 나온 주인공이 복싱을 접하게 되면서 삶의 변화가 생기는 과정을 담았다.

춘절 기간 다른 대작 영화들도 많았지만 주인공이 혹독한 노력 끝에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모습이 큰 관심을 받으며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체중이 많이 나가던 주인공이 피나는 노력 끝에 미녀가 된다는 내용은 우리나라에서 흥행했던 ‘미녀는 괴로워’와도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미녀는 괴로워’에 출연한 김아중이 과거의 모습을 분장했다면 ‘러라군탕’의 감독·주연인 자링(賈玲)은 영화 스토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실제로 50kg을 감량했다는 것이다.

중국 영화 ‘러라군탕’ 스틸 이미지. (사진=바이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원래 통통한 체형의 자링은 영화를 위해 몸무게를 더 불렸다가 촬영을 하면서 감량에 성공했다. 특히 그는 영화를 촬영하는 기간인 1년여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다이어트 사실 자체를 알리지 않았다. 이후 영화 개방에 맞춰 ‘반쪽’이 된 모습으로 나타나 더 큰 화제를 모았다.

자링은 매체 인터뷰에서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는 플랭크 자세를 5초도 버티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복싱 장면까지 촬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촬영 후 케이크를 한 입 먹었을 때는 행복해서 울기도 했다는 일화도 전했다.

영화 흥행과 맞물려 자링의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은 폭발했다.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자링처럼 살을 빼기 위해 복싱을 배우러 인근 체육관을 찾는 여성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영화의 영어 제목처럼 ‘인생은 한 번 뿐이다’라는 기조로 삶을 알차게 즐기려는 분위기도 살아나는 추세다.

하지만 영화의 흥행 성공과 자링의 인기를 두고 쓴소리도 나왔다.

중국 과학원의 유명한 여성 학자인 옌닝은 한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자링이 뚱뚱한 모습과 날씬한 모습으로 동시에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를 보고 몰래 한숨을 쉬었다”며 “자링이 건강하다면 체중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는 충분히 아름다운데 왜 세속적인 미학을 사용해 사람들의 흥미를 이끄는 걸까”라고 지적했다.

영화 속에서 아름다워지는 자링을 다루면서 사람들이 아름다움의 고정관념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자링은 한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는 ‘체중을 감량하는 영화’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자링은 “영화 캐릭터의 성장은 외모의 변화를 통해 보여지는 것”이라며 “영화관에 간 관객들은 그녀가 날씬해지는 것이 아니라 강해졌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국 영화 ‘러라군탕’ 스틸 이미지. (사진=바이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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