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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 손 내미는 마이크론·TSMC…삼성전자에 쏠린 시선

신중섭 기자I 2021.06.14 16:58:13

미국·대만·일본, 깊어지는 반도체 밀월
마이크론, 日과 5세대 D램 개발 의지 밝혀
TSMC도 日 파운드리 공장 건설 추진
메모리 쫓기고 파운드리 벌어지고…국내업계 긴장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기업을 맹추격 중인 미국 마이크론이 일본 업체들과 손을 잡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와 함께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 대만 TSMC도 일본에 반도체 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과 일본, 대만의 ‘반도체 협력’ 관계가 한층 강화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반도체 업계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 (사진=삼성전자)
◇D램 3위 美 마이크론 “日과 5세대 D램 개발”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일본에 공장 투자 확대와 장비·재료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일본 정부의 공급망 강화에 협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메흐로트라 CEO는 인터뷰를 통해 일본 업체들과 협력해 ‘5세대 D램’ 기술 개발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세계 D램 업계 3위인 마이크론은 이달 초 세계 최초로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급 4세대 D램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를 이을 5세대 D램을 일본과 함께 개발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D램 시장 점유율 1, 2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지만, 이들 업체는 아직 3세대 D램에 주력하고 있어 기술 측면에선 몇 발짝 뒤처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더욱이 마이크론은 이달 16조원을 들여 대만 타이중 D램 공장 증설을 시작하면서 생산 확대에도 나선 상황이다. 점유율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본격 위협하기 시작한 것.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 부문에서도 마이크론은 일본 업체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은 낸드플래시 점유율 세계 2위인 키오시아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33.5%)이며 마이크론은 11.1%로 5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2위인 키오시아(18.7%)를 인수할 경우 삼성전자를 위협하게 된다.

업계에선 이러한 움직임이 최근 미국이 반도체 부족 사태 등으로 일본·대만 등과 함께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각국이 반도체 산업을 둘러싸고 밀월 관계를 강화하는 상황을 기업들이 사업 확대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

◇TSMC, R&D 시설 이어 日에 파운드리 공장 건설 추진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도 일본 투자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미국·일본과의 밀월 관계를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TSMC는 일본 정부 요청에 따라 일본 내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지는 구마모토현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2월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반도체 연구개발(R&D) 시설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일본 내 생산라인 증설 투자까지 나선 것.

이에 앞서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미국과의 관계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 TSMC는 최근 애리조나 주에서 반도체 공장 건설에 착수했으며 향후 3년 동안 공장의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1000억달러(111조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애리조나 공장은 최대 6개로 5㎚ 이하의 첨단 공정라인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밀월 관계 강화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투자가 이어지자 국내 반도체 업계는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특히 삼성전자 입장에선 시장 선두인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추격을 당하고 있고, 파운드리 업계에선 선두인 TSMC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약 19조원) 규모의 미국 내 공장 증설 계획과 평택 P3 라인 신규 투자 등을 발표한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추가 투자 계획이라 보기도 힘들다. 오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투자도 171조원으로 늘리기로 했지만, 3년간 111조원을 투자하는 TSMC와 규모 면에서 격차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격화하면서 그동안 국내 업체들이 압도적으로 선두를 지켜왔던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위기감이 생기고 있다”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밀월 관계를 바탕으로 신규 투자에 나서고 있는 만큼, 국내 반도체 업계도 이러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더 과감하고 빠른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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