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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출하 36년만에 최대 감소…이대로면 올 1.4% 성장도 어렵다

이지은 기자I 2023.08.31 19:30:00

[하반기 경제 비상등]
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
광공업서만 2% 줄며 생산 뒷걸음질
설비투자 8.9%↓, 11년 만에 최대폭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 5%대 감소
中경제 불안에 수출 회복 불투명
줄어들던 반도체 재고 4% 다시 증가
정부 '상저하고' 전망 달성 먹구름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하반기 첫 달인 7월 산업생산과 소비, 투자가 일제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활동 흐름을 보여주는 세 가지 지표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 1월 이후 처음이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여름철 집중호우 등 대내적 일시 요인과 함께 대외적으로는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부진을 털고 하반기에 반등할 것이라던 정부의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반도체 생산 5개월 만에 감소…車 위축에 소매·투자 급감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7월 전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09.8(2020년=100)로 전월대비 0.7%포인트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정보통신(3.2%), 금융·보험(1.5%)을 위주로 전월대비 0.4% 증가했지만, 공공행정이 6.5% 줄었고 광공업 생산도 2.0% 감소하면서 전체 지표를 끌어내렸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제조업은 출하가 전월보다 7.8% 줄면서 재고가 1.6% 증가했다. 재고율은 123.9%로 11.6%포인트 상승했다. 제조업 출하 가운데 수출 출하는 14.5% 급감했는데,이는 1987년 8월(-15%) 이후로 35년11개월만의 최대 감소폭이다.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출 판로에 부담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생산은 지난 2월(-15.5%) 이후 5개월 만에 2.3% 감소했다. 반도체 감산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다만 출하가 31.2% 줄면서 재고도 다시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3.2% 줄었다. 2020년 7월(-4.6%) 이후 3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승용차 등 내구재가 5.1% 줄어 가장 많이 줄었고, 의복 등 준내구재,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도 각각 3.6%,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설비투자도 8.9% 급감해 2012년 3월(-12.6%) 이후 11년 4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줄었다. 자동차 등 운송장비에서 22.4%, 특수산업용 기계 등 기계류에서 3.6%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기성은 토목(-3.5%)에서 줄었으나 건축(2.0%)에서 늘어 0.8% 증가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승용차는 6월 개소세 인하가 종료되면서 상당폭 판매가 늘었는데 7월에는 기저효과로 감소하면서 하락 폭이 컸다”며 “전반적으로 강수일수와 강수량이 많았기 때문에 외부활동이 힘든 측면이 있었던 것이 서비스업과 소매판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석 민생안정 대책을 발표한 31일 서울 용산용문시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하반기 기조적 회복 지속”…“수출 없이는 ‘상저하중’”

정부는 상반기 부진을 딛고 하반기에 반등하는 ‘상저하고’의 경기 회복 경로를 예상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8일 인천 을왕동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연찬회’에서“상반기에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이) 0.9% 성장했는데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약 2배, 1.8~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에는 2%대 초반으로 (올해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7월 99.6으로 0.5포인트 하락했다. 전월(-0.2포인트)에 이어 두 달째 내림세다. 게다가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경기 부진에 따른 성장률 급락과 부동산발 금융 위기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하반기 경기 회복 여부가 수출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상저하고’ 흐름에 대한 기대감이 현저하게 낮아지는 분위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중국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에 가계의 소비 여력은 크게 줄었다”면서 “대(對)중국 수출 감소분을 미국, 베트남 등 다른 주요 교역국으로의 수출로 상쇄하지 못한다면, 정부가 제시한 1.4% 성장률을 달성하긴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로선 ‘상저하중’(上低下中) 정도의 경기 흐름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외 경제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내수활력 제고, 중국인 관광 활성화, 품목별 수출 지원 강화 등 하반기 성장모멘텀 보강을 위한 정책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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