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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코로나19 변이에 나라명 대신 '알파, 베타'로…“낙인·차별 방지”

성채윤 기자I 2021.06.01 17:49:32

WHO “질명 명칭에 지역·문화권·동식물 이름 안 된다”
변이 발견 순서에 따라 그리스 알파벳 순 명명

WHO (사진=AFP)
[이데일리 성채윤 인턴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주요 변이 바이러스에 새로운 이름을 부여했다. 그간 바이러스가 감지된 지역명을 따와 이름 붙이던 관행이 해당 지역과 국가에 대한 ‘낙인 효과’를 유발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조치다.

3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WHO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그리스 알파벳을 활용한 새로운 명칭을 발표했다. 발견 순서에 따라 영국발 변이(B.1.1.7.)는 ‘알파(α)’,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B.1.351)는 ‘베타(β)’, 브라질 변이(P.1)는 ‘감마(γ)’, 인도발 변이(B.1.617.2)는 ‘델타(δ)’로 명명했다. 이들은 모두 ‘우려 변이’(Variants of Concern) 단계에 있는 변이로 바이러스의 전파나 치명률이 심각해지고 현행 치료법이나 백신에 대한 저항력이 커져 초기 조사가 진행 중일 때 이같이 분류된다.

아울러 WHO는 이보다 한 단계 낮은 ‘관심 변이’(Variants of Interest) 바이러스 6종에 대해서도 엡실론, 제타, 에타 등 그리스 알파벳 이름을 부여했다.

WHO는 “사람들은 종종 변이가 감지된 장소에 따라 그것을 부르는데, 이는 낙인을 찍거나 차별을 유별한다”고 명명 이유를 밝혔다.

앞서 WHO는 2015년 “신규 질병 명칭에 지역, 문화권, 동식물 이름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정했다. 2012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의 유행이 그 계기가 됐다. 당시 WHO가 정한 이 공식명칭에 ‘중동’(Middle East)이 포함돼 중동 지역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해당 권고안을 내놓은 것이다. 같은 이유로 WHO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 명칭을 ‘우한 폐렴’, ‘중국 코로나’ 등이 아닌 ‘코로나19 바이러스’(COVID-19)를 공식 명칭으로 정해 이를 사용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발원지를 놓고 세계 각국이 책임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낙인은 부활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등 서양에서 아시아인을 상대로 한 혐오범죄가 급증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우한 실험실 유출 기원설’을 제기하며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른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WHO는 “새로운 이름이 현재의 과학적 명칭을 대체하지는 않으며 토론을 단순화하기 위해 부여됐다”고 설명했다. B.1.1.7와 같은 계통의 이름은 과학계에서 계속 사용될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이는 기억하기 어려운 데다, 잘못 보도될 수 있어 WHO는 국가 당국과 언론 매체 등의 기관에서는 그리스 알파벳을 채택한 명칭을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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