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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 내치고 물려준 기업, 결국 남의 손으로…

김영환 기자I 2015.12.22 17:10:08

노미정 영풍제지 부회장, 보유 주식 50.54% 매각
1970년 창업..45년 역사, 그로쓰제일호 투자목적 주식회사로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노미정(47) 영풍제지(006740) 부회장이 남편인 이무진(82) 영풍제지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지분의 대부분을 매각했다. 최대주주로 올라선 지 2년11개월 만에 회사를 팔아치운 것이다.

영풍제지는 최대주주인 노 부회장이 그로쓰제일호 투자목적 주식회사에 보유주식 1122만1730주(50.54%)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2일 공시했다. 이로써 지난 1970년 창업해 45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영풍제지는 다른 회사로 넘어갔다.

노 부회장이 영풍제지 경영진에 이름을 올린 것은 지난 2012년의 일이다. 2012년 2월 이 회장은 35세 연하의 부인인 노 부회장을 미등기임원 부회장 자리에 앉혔다. 앞서 이 회장의 장차남 택섭(59)·택노(56)씨가 각각 대표이사와 등기이사에 오르며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는 것으로 예상했지만 노 부회장이라는 복병이 등장한 것.

택섭 씨는 영풍제지 상무, 전무를 거쳐 지난 2002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 회장은 앞서 태림포장과 동일제지에 영풍제지 경영권 매각을 시도했지만 결렬을 선언하며 큰 아들에게 경영을 맡겼다. 택섭 씨는 2009년 3월 임기만료와 함께 대표이사와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3% 가량 보유하던 지분도 모두 처분했다. 업계에서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이택섭씨가 회사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으로 봤다.

차남 택노 씨도 형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2009년 3월 주주총회에서 사내 등기임원으로 선임됐지만 임기 3년을 채우고 등기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노 부회장이 미등기 임원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한 직후여서 더욱 관심이 쏠렸다.

두 아들이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노 부회장은 더욱 경영권을 강화했다. 2013년 1월 이 회장이 보유중이던 영풍제지 주식 전량(51.28%)를 증여받으면서 보유지분이 55.64%까지 늘어났다.

노 부회장은 회사의 전권을 쥐었지만 경영은 녹록치 않았다. 2012년 1134억원을 기록했던 매출은 2014년 831억원까지 줄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65억원에 8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올해는 3분기 현재 1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출금도 늘어났다. 노 부회장은 10월16일 현재 1176만9983주의 주식을 주식담보대출을 받는 데 사용했다. 보유주식(1208만4940주)의 97.39%에 해당하는 양이다. 업계에서는 노 부회장이 주식을 담보로 대출금을 늘리는 것을 두고 증여세를 물기 위한 것이라고 관측해왔다.

지나친 고배당 정책을 펼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 부회장이 주식을 증여받은 시점 이후 영풍제지는 배당성향을 높였다. 지난 2011년 9.55%, 2012년 44.92%에 불과하던 배당성향은 노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2013년에는 100.05%로 올랐고 지난해에도 무려 240.70%에 달했다. 실적이 줄고 있는 데도 무리하게 배당을 늘린 것이다.

업계에서는 노 부회장이 회사 실적이 저조하고 기업가치가 훼손됨에 따라 결국 회사를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영풍제지 측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영풍제지는 화섬, 면방업계의 섬유봉, 실패의 원자재인 지관용원지와 골판지상자용 라이나원지를 생산하는 업체다. 올 9월말 기준 총자산은 1137억원, 22일 현재 시가총액은 684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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