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 정부부채 한도를 늘리는 것을 둘러싸고 의회에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부채 한도 증액의 필요성을 적극 호소했다.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BC 등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의회에 “초당적 합의로 국가부채 한도를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무부가 법적으로 발행할 수 있는 정부 부채가 한도를 넘어섰기 때문에, 발행 가능한 부채 양을 늘리지 않으면 오는 10월에서 11월 사이 현금이 바닥날 것이란 우려에서다.
옐런 장관은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발생하면 미국 경제와 모든 미국인의 생계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줄 것”이라며 조속한 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수입보다 지출 규모가 더 커서 해가 갈수록 부채가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부채 발행은 의회가 정한 한도 안에서만 할 수 있다. 현재 미국 정부의 부채는 28조5000억달러로, 법정 상한선(22조달러)을 초과한 지 오래다. 상한선을 높여야 미국은 디폴트를 피할 수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부채한도 인상을 두고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조속히 국가 부채를 증액하자’는 입장이지만, 공화당은 ‘이미 돈을 많이 풀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이 공화당 반대에도 불구하고 3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투자 예산안을 독자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탓도 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독단적으로 예산안을 통과시키면 부채한도 증액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옐런 장관은 중재에 나섰다. 옐런 장관은 “현재 미국의 부채 대부분은 바이든 행정부 이전에 발생했다”며 “이는 공동의 책임이며, 과거처럼 의회가 미국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초당적으로 함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017년 법인세를 35%에서 21%로 인하하는 감세안이 통과되고,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막기 위한 지출이 급증하면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국가부채는 28조달러에 육박했다.
재무부 장관이 의회에 합의를 촉구한 건 국가부채 한도 증액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가부채가 법적 한계를 넘은 현재까지 재무부가 국채를 발행할 수 있었던 건 미 의회예산국이 재무부에 ‘특별 조치’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퇴역 군인이나 사회보장 수급자 등에 대한 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별 조치 취지다.
다만 재무부는 언제까지나 특별 조치에 의존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옐런 장관은 지난달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 시절 실시된 코로나19 경기부양책 규모를 고려하면 재무부가 특별 조치를 오래 지속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근본적으로 부채 한도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