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위인사 전격 방중..북중 정상회담 초석 마련?

김대웅 기자I 2016.05.31 17:53:50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베이징을 전격 방문하면서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에 관련국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스위스 유학시절부터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진 리 부위원장이 나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얼어붙은 북중 관계의 재건을 모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지도 주요 관심사다.

31일 리수용 부위원장은 수십명의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베이징을 전격 방문했다. 북한이 올해 초 4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대북 제재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고위 인사가 중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 부위원장 일행은 이날 오전 평양을 출발해 오전 9시50분(현지시간)경 베이징서우두공항에 도착했다. 리 부위원장 일행의 이번 방중 배경과 일정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오후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중과 관련해 중국은 북중관계에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은 중국의 중요한 이웃으로 정상적이고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화 대변인은 시 주석이 방중한 리 부위원장을 만나느냐는 질문에 사견임을 전제로 리 부위원장이 상당한 고위직인 점 등을 고려할 때 만나게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무장경찰과 순찰차량을 배치해 리 부위원장 일행을 경호했다. 중국은 통상 북한 고위인사가 외국 방문을 위해 자국을 경유할 때는 이같은 의전을 하지 않는 만큼 리 부위원장은 상당한 자격을 갖고 방문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친서를 갖고 방중한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시 주석과의 개별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노동당과 중국 공산당이 전통적으로 양측 간 당대회 등을 계기로 교류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형식적으로는 이달 초 열린 노동당 제7차 당대회 결과를 공유하기 위한 행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리 부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결코 의례적인 차원에 머물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주를 이룬다. 이번 고위급 접촉이 북한의 핵실험과 중국의 제재 동참으로 관계가 최악에 이른 상황에서 성사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 부위원장이 이번 방중을 통해 김 위원장의 첫 방중 문제를 논의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켠에선 미·중 간 전략경제대화를 앞두고 북한이 고립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다음달 6∼7일 베이징에서 제8차 전략경제대화를 개최한다. 이 대화에서는 주요 안건 중 하나로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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