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1년새 CEO만 4명 바뀐 카카오...CEO 잔혹사 언제 끝날까

임유경 기자I 2022.10.19 17:46:46

브랜드, 기업문화, 신사업 모두 위기인데
김범수 '복심’인 남궁훈 각자대표도 사퇴
다음 합병이후 7년동안 리더십 다섯 번 바뀌어
김범수 센터장 인사스타일 바꿔야 지적도
사람 교체보다는 시스템 경영, 기술 경영 필요

[이데일리 임유경, 김현아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복심으로 불리며 올해 3월 단독 수장에 올랐던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먹통 사태로 전격 사퇴했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논란으로 위기에 몰린 카카오에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카카오는 일단 새로운 각자대표를 선임하지 않고 홍은택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하지만, 각자대표를 맡을 당시 홍 대표의 역할은 사회적 책임 강화에 집중된 만큼, 남궁 대표가 담당했던 메타버스·글로벌 사업 같은 신규 먹거리까지 담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많다.

역대 카카오 CEO(대표이사)들의 잔혹사를 보면, 카카오라는 ‘왕관의 무게’를 견딜 적임자를 찾는 일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2014년 카카오-다음 합병으로 첫 통합 CEO에 오른 임지훈 대표 이후 7년 동안 리더십이 다섯 번이나 바뀐 셈이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만 CEO 4명이 물러났다.

브랜드, 기업문화, 신사업 모두 위기인데…‘복심’인 남궁훈도 사퇴

남궁 대표는 올해 초, 문어발 확장 논란과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매각 논란으로 회사 전체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 김 센터장이 꺼낸 카드였다. 둘은 한게임을 함께 창업해 국내 대표 게임포털로 키우면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당시 남궁 대표가 맡은 일은 카카오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공동체가 나아갈 큰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남궁 대표를 단독대표로 앉힌 것만 봐도 김범수 센터장의 신뢰를 알 수 있다. 카카오 단독대표 체제는 임지훈 대표 이후 4년 만이었다. 그 역시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며 “카카오 주가가 15만 원이 될 때까지 연봉과 인센티브를 보류하고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신뢰 회복을 위한 남궁 대표의 노력은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무너졌다. 그는 19일 기자회견에서 “카카오의 서비스를 책임지는 대표로서 참담한 심정과 막중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 뜻을 밝혔다. 그는 백의종군해서 재발방지소위를 맡는다.

하지만, 현재의 카카오는 국민에게 지탄받는 브랜드, 지나친 개인주의에 빠진 기업문화, 미래 성장동력을 이끌 리더십 부재에 시달린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홍은택 대표도 훌륭하나 미래 사업에 대한 전문성은 잘 모르겠다”면서 “이번 먹통 사태 때 카카오 개발자가 수당을 안 준다는 이유로 ‘주말 시스템 복구를 거부하는 글’을 SNS에 올리는 등 기업 문화도 심각하다”고 걱정했다. 총체적인 난국을 책임지고 수습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남궁훈(좌),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 (사진=카카오)


화재 사건으로 재현된 카카오 CEO들의 잔혹사

카카오의 CEO 잔혹사는 2015년 단독 대표로 취임한 임지훈 대표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 전 대표는 당시 35세 최연소 CEO로 발탁돼, ‘김범수 키즈’로 불렸다. 하지만, 지금은 김 센터장과 카카오벤처스(구 케이큐브벤처스)를 상대로 성과급 지급 소송을 벌이고 있다. 카카오벤처스가 두나무에 투자하면서 펀드 수익만 3000억원이 넘는 대박을 냈는데, 자신은 635억~887억원으로 추산되는 성과급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여민수· 조수용 공동대표 역시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비록 한차례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조수용 공동대표가 개인적인 사유로 사의를 표한 뒤, 김범수 센터장은 카카오톡에서 보이스톡 개발에 참여했던 초기 멤버이자 엔지니어 출신인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공동대표로 올리려 했으나 실패했다. 당시 류영준 내정자와 페이 주요 임원들이 보유 주식 900억 원어치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일로 김 센터장 그린 ‘여민수·류영준 공동대표 체제’는 출범도 못하고 없던 일이 됐다. 이 과정에서 여민수 공동대표까지 퇴사하게 되면서 카카오의 리더십은 크게 흔들렸다.

카카오는 당분간 홍은택 단독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서비스 먹통, 주가 폭락, 쪼개기 상장 같은 각종 논란을 홀로 떠안게 된 홍 대표의 앞길은 험로일 수밖에 없다. 홍은택 대표는 “카카오는 키워야 할 게 있을 때 밖에 씨를 뿌려 벤처 방식으로 빠르게 성장시키는 길 걸어왔다. (상장된 계열사)지분가치는 카카오 주가에 반영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하면서도 “다만 그 방식이 계속 유효한 가는 의문이고 기업 규모나 사회적 요구를 고려했을 때 재고할 여지는 있다”고 했다.

다음 합병 이후 카카오에 7년 동안 다섯 차례의 리더십 변화가 있었던 점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의 인사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 유료 문자를 무료 카카오톡으로 바꿔 세상의 불편함을 개선한 카카오에 공은 있다”면서도 “메타버스, 인공지능 같은 신기술 융합 시장을 공략하려면 개발 역량이 있는 회사를 넘어 기술 경영을 보여줬으면 한다. 사람을 바꿔 당면한 문제를 돌파하기보다는 ‘시스템 경영’을 도입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카카오 먹통 사태

- [기자수첩]카카오, 이젠 서비스로 보답할 때 - “제2의 카카오 사태 막는다”…안철수, 독점규제 개정안 발의 - [법조 프리즘]카카오 피해보상, 법적 잣대로만 보지말라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