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가산금리에 칼 뽑은 금감원…점검결과 이달 발표(종합)

윤석헌 금융감독위원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앞으로의 금융 감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금융 감독 당국이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에 메스를 대기로 했다. 이달 중 은행의 대출 가산 금리 산정 체계 점검 결과를 공개하고 공시 강화, 협회 가이드라인 개정 등 제도 개선에 착수하겠다는 것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임원 회의에서 “은행의 대출 금리 산정 과정에 합리성이 없다면 이를 개선해 금융 소비자가 불합리하게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 대출 금리는 통상 주요 은행의 자금 조달 금리를 평균한 금리인 코픽스 등 대출할 돈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을 ‘기준 금리’로 삼고 여기에 ‘가산 금리’를 더해 정한다. 가산 금리는 은행 인건비 등 업무 원가, 세금, 고객 신용도를 고려한 위험 비용, 은행 마진율(목표 이익률) 등을 합쳐 산출한다. 예를 들어 은행이 대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 채권 이자율이 연 1%이고 고객 신용 등급 등을 고려한 가산 금리가 2%라면 대출 금리는 연 3%가 되는 식이다.

자료=금융감독원

그러나 금감원은 최근 은행 금리 산정 체계를 점검한 결과 가산 금리나 목표 이익률 산정이 체계적이거나 합리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사례를 발견했다. 은행이 가산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력이 있는데도 금리 인하 없이 수년간 같은 값을 적용하거나 특별한 근거 없이 불합리하게 가산 금리를 부과했다는 것이다. 일부 은행은 부당하게 은행 내규상 최고 금리를 매기고 대출자 소득을 적게 입력해 높은 가산 금리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이달 안으로 이 같은 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제도 개선에 착수하기로 했다. 윤 원장은 “특히 금리 상승기에 취약 가계나 영세 기업의 신용 위험을 과도하게 평가해 불공정하게 차별받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면서 “소비자가 은행의 금리 산출 내역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정보 제공 및 금리 공시 등을 강화하고 은행연합회의 대출 금리 체계 모범 규준을 개선해 달라”고 주문했다.

대출 금리 모범 규준은 은행연합회가 은행 대출 금리 산정 및 운영의 모범 관행을 제시하겠다며 2012년 11월 제정한 일종의 대출 금리 산정 가이드라인이다. 작년 4월에도 목표 이익률 책정의 합리성 강화 등을 뼈대로 개정한 바 있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 3월 14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시장 금리 상승을 반영해 대출 금리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이에 비해 예금 금리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변화가 적고 예대 금리차가 커지고 있어 은행권에서 왜 그런지 타당성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대출 금리 산정 체계를 보다 투명화하기 위한 모범 규준 후속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금융위원회·은행연합회와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모범 규준을 개정하는 것은 은행이 대출 의사 결정을 더 명확히 하고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정보를 확대하려는 취지”라며 “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