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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한다고 말하긴 어렵지만..‘실시간 검색어’의 명과 암

김현아 기자I 2018.06.08 18:24:35

①실시간 검색어=검색량이 아닌 증가폭 비율로 결정
②실시간 검색어, 포털이 조작할 가능성은 적어
③실시간 검색어의 한계, 만들어낼 수 있다
④재난 대피, 채용 공고 등 실검 사회적 효용도 적지 않아
⑤명과 암 가진 실검, 사후 검증 프로세스 제대로 갖춰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네이버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6월 8일 오후 5시 1분 현재 유소영이 2위다. 전 애프터스쿨 멤버 겸 배우 유소영과 프로 골퍼 고윤성의 열애 소식이 영향을 미쳤다.
▲다음의 실시간 이슈 검색어. 6월 8일 오후 5시 1분 현재 유소영이 1위를 차지했다.
인터넷 포털이 제공하는 ‘실시간 검색어’는 얼마나 객관적이고 정확할까.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네이버가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한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네이버가 “회사의 신뢰도와 직원들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켰다”며 언론중재위원회 조정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를 요청하겠다고 강력반발하고 있다.

네이버가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하고 있을까. 인터넷 업계에선 네이버나 다음이 검색 순위를 조작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실시간 검색어’가 언론 보도의 어뷰징을 낳아 결과적으로 국민의 관심사를 왜곡할 가능성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①실시간 검색어=검색량이 아닌 증가폭 비율로 결정

실시간 검색어란
포털 검색창으로 입력된 검색어들을 일정 시간 단위로 분석해 실시간 알고리듬을 이용해 검색어 입력 횟수의 ‘증가폭’ 비율이 가장 큰 검색어를 순위로 제공한다.

단순히 검색량이 많다고 실검 1위가 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증가폭이다.

네이버 검색에서는 평소 ‘유튜브’나 ‘다음’ 등의 검색량이 많은데 특정시간(이를테면 매분 단위)에 증가하는 게 1위가 된다. 8일 오후 5시 기준으로 보면 네이버·다음위 1,2위는 사전투표소와 유소영이었다. 사전투표가 시작됐고, 유소영-고윤성씨 열애설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즉 실시간 검색어란 현재 시점에서 과거와 다른 관심도를 비교한 정보라고 봐야 한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화면 캡처
②실시간 검색어, 포털이 조작할 가능성은 적어

▲2013년 12월 9일 카카오톡 장애 발생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MBC 스트레이트는 지난달 6일 삼성 관련 방송 이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이었던 ‘장충기’ 검색어가 네이버 실급검 서비스에 진입한지 12분만에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방송 앞뒤 사흘간 네이버 실검 상위 20위에 오른 검색어 평균 노출 시간이 45분인 것에 비해 ‘장충기’는 12분밖에 안된다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네이버는 MBC가 확인 취재 없이 방송에 유리한 수치만 발췌해 분석했다고 반박했다. 스트레이트와 동일 기간의 실검을 분석한 결과 상위 20위 내 키워드는 총 1068개였고, ‘장충기’보다 오래 노출된 검색어는 538개, 더 짧게 노출된 단어는 515개로, 12분은 노출 시간 순위에서 중앙값(12.5분)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MBC에 공개 검증을 제안했다.

네이버나 다음(카카오)이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하기 쉽지 않은 이유는 ‘기계적’으로 집계되기 때문이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포털이 실검을 원하는 대로 조작할 수 있다면 ‘카카오톡 오류’가 포털 다음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게 가능하겠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2013년 12월 9일과 2018년 5월 21일 자정부터 약 30분 가량 카톡 장애가 발생했을 때 ‘카카오톡’, ‘카카오톡 오류’ 등의 키워드가 네이버는 물론 다음의 실검 1위에 올랐다.

③실시간 검색어의 한계, 만들어낼 수 있다

다만, 그렇다고 실시간 검색어가 완전히 객관적인 국민의 관심도를 반영한다고 확신하긴 어렵다.

연초 평창 올림픽 당시 ‘평창 올림픽’과 ‘평양 올림픽’을 실검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친문 진영과 반문 진영이 대결하는 등 누군가 실검 순위를 만들어 내는 일은 가능하다.

만약 어떤 기업이나 개인이 자기에게 좋지 않은 소식이 실검 순위에 오르는 것을 막으려고 다른 키워드의 반복 검색을 위해 ‘드루킹’이 쓴 매크로 프로그램이라도 돌렸다면 더 심각한 문제다.

④재난 대피, 채용 공고 등 실검 사회적 효용도 적지 않아

그렇다고 실검을 전부 없애는 게 좋을까. 반론도 만만찮다. 하루에도 정신없이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데 실시간 검색어는 재해나 사고 시 대피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놓칠 수 있는 채용 공고를 찾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지하철 1호선이 고장 났을 때 우리는 포털의 실검에 오른 걸 보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기도 하고, 내가 사는 지역에 홍수나 지진이 발생했는지 여부를 신속히 알아 피해에 대비하기도 한다. ‘국민은행이 채용하나 보다’ 같은 정보도 실검 순위로 아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경주 지진이 발생했을 때 언론사 속보보다 ‘지진’이라는 검색어가 먼저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⑤명과 암 가진 실검, 사후 검증 프로세스 제대로 갖춰야

이처럼 실시간 검색어는 ‘나’ 이외의 이웃들이 지금 현재 어떤 일에 관심을 갖는지 사건·사고는 없는지 알 수 있는 통로가 되기도 하고, 언론사의 어뷰징 기사를 양산하거나 특정 세력의 여론 개입을 허용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네이버와 다음에서 실검이 등장한 것은 2005년 전후다. 이후 2012년 대선을 거치면서 조작 의혹이 커지자 네이버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라는 외부 기관에서 검색어 검증을 받기 시작했다.

실검의 경우 최대 매분 단위로 분석이 이뤄져 실검 순위에서 제외된 검색어는 사후 검증을 받는다.

개인정보를 노출할 경우, 음란ㆍ도박 등 불법정보 또는 선정적인 정보를 노출하는 경우, 오타, 욕설 등을 포함하는 경우 등은 일단 실검에 집계되는 검색어에서 제외한 뒤, KISO에서 검증을 받고 1년에 두 차례씩 보고서를 통해 어떤 검색어가 삭제됐는지 등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이다. 다만, 당시 논란이던 네이버만 검색어 검증을 받고 있다.

KISO 관계자는 “실검을 포함한 관련 검색어 삭제에 대해 법조인·교수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검증하고 1년에 두 번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며 “실검은 포털들에게 뉴스, 댓글과 함께 (트래픽을 늘리는데) 매우 중요한 분야이지만 사회적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후 검증 프로세스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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