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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기재부는 왜 '부실 해외자원개발' 정리 못했나

최훈길 기자I 2018.03.05 19:10:00

[해외자원개발 대수술]③
2016년 때 통폐합 없이 '찔끔 수술' 그쳐
정권 말기 동력 없었고 대선 앞둬 미뤄
부실 석유·광물公 빌린 돈 이자만 수조원
"더이상 미루면 안돼..특단의 조치 마련"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광물자원·석유·가스공사 등 해외자원개발 공기업이 최대 수십조원의 부채를 떠안은 것은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년 전부터 무리한 해외자원개발, 방만경영이 문제로 지적됐지만 정부가 제때 수술을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6년 6월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16년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에너지 분야 기능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기재부가 산업통상자원부와 논의한 ‘해외자원개발 기능조정’ 방안이 담겼다. 이 방안의 골자는 광물자원·석유·가스공사를 통폐합 하지 않고 기능효율화, 비핵심업무 축소 등만 추진하기로 한 것이었다.

이 방안이 공개되자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가 당초보다 퇴색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주형환 전 산업부 장관은 기능조정 방안 발표 전인 4월 17일 석유공사를 찾아 “강도 높은 개혁을 완수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산업부는 5억원을 투입해 연구용역(딜로이트 안진)도 의뢰했다. 하지만 6월 발표된 방안에는 통폐합 방안을 비롯한 연구용역 제안이 모두 채택되지 않았다.

당시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은 “석유·광물공사 폐지를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자산을 효율적으로 구조조정 하겠다”고 말했다. 당장 통폐합을 할 경우 자원개발 역량이 위축될 우려가 크고 헐값 매각도 우려된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당시 관가에선 정권 말기에 구조조정 추진 동력이 떨어졌고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라 정치적 고려를 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강도 구조조정이 없이는 부실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이 이들 공기업의 부실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회계사 출신인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계 분석 결과 석유공사가 하베스트와 다나를 계속 운영할 경우 2020년까지 본사 운영비를 포함해 2조1461억원의 자금 부족이 발생하고 부채비율은 4177%까지 상승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게다가 이들 해외자원 공기업이 빚내서 투자를 했기 때문에 지불해야 하는 이자만 수조원에 달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가 산업부를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1조4303억원(당시 1달러=1150원 기준), 광물공사는 4698억원을 만기 때까지 이자로 지불해야 한다. 당시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해외자원개발의 실패와 에너지 산업 위기의 중심에는 정부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정부에서 끄지 못한 ‘불씨’를 이제라도 확실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해외자원개발 공기업 부실은 잘못 투자를 하도록 한 정부 책임이 크다”며 “기관 통합을 넘어 장기적인 해외자원개발 포트폴리오까지 포함한 구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중구 산업부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 위원장(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은 “해외자원개발 사업 문제를 더 이상 끌고 가면 안 된다”며 “3월에 특단의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는 해외자원개발에 10조원 넘게 투자했지만 회수액이 1~2조원대 이하에 그쳤다. 단위=억원, 기간 2003~2014년. [출처=감사원]
[출처=감사원, 산업통상자원부 해외자원개발혁신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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