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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인력난, 묘수 없어…임금·노동조건 개선해야”

박순엽 기자I 2022.09.07 17:51:18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 연속 토론회 개최
“국내 조선업 인력난 원인은 적은 임금·고된 업무”
“기능별 숙련도 평가로 원·하청 임금 격차 줄여야”
‘정부 추진’ 외국인 쿼터 폐지 대해선 의견 엇갈려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조선산업에 내국인 숙련공이 복귀하게 하는 데는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 이외의 답은 없습니다.”

김태정 금속노조 정책국장은 현재 국내 조선업계가 겪고 있는 인력난을 해결하는 방안을 단호하게 정의했다. 조선소 업무는 힘들고 어려운데, 임금마저 다른 직군보다 적으니 숙련공은 물론, 젊은 청년들마저 조선소에서 일하길 꺼린다는 얘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다단계 하도급으로 이뤄진 고용구조를 단순화하고, 숙련공 임금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기능별 숙련도 평가를 통해 원·하청 간 임금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과 단순히 수주 물량이 아닌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는 산업 전략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장기적으론 생산 공정의 자동화, 스마트화 등을 이용해 조선소의 인력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등장했다.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하청업체 직원 임금, 물가 인상률도 못 따라가”

더불어민주당 대우조선해양 대응 태스크포스(TF)·을지로위원회, 전국금속노동조합은 7일 오후 국회 본관 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조선산업 전망과 내국인 숙련공 복귀 및 육성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는 ‘조선업의 위기,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연속 토론회의 네 번째 순서다.

이날 토론회는 국내 조선소에서 인력난이 발생한 원인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윤용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사무장은 조선소 하청업체 직원들의 명목임금이 10년 넘게 200만원 초반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하청업체 직원들의 임금이 최저임금 인상률은 물론, 물가 인상률조차 따라가지 못하면서 실질임금은 추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조선소 내 하청업체들이 수시로 임금체납과 폐업을 반복하면서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인력난의 이유로 삼았다. 윤 사무장은 “건설업·플랜트 분야로 이탈한 숙련공 복귀를 위해선 조선업 근무 이력을 인정해 임금 수준을 보장해야 한다”며 “다단계하도급을 제도적으로 금지해 고용구조를 단순화하고, 상용직 규모를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태정 국장은 “과거 조선산업에 종사한 노동자 상당수는 현재 육상플랜트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며 “비교적 안전하고 일당도 최소 20% 높은 데다 생산 물량도 5년 이상 보장된 상황에서 숙련공이 조선산업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이란 본질적 문제 해결 없이 어떤 방식도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숙련도 통해 임금 결정…유연한 주52시간제도 고려해야”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 대다수는 현재 조선업의 임금 체계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직접고용이나 생산 전문 자회사 설립이 어렵고 공동교섭도 불가능하다면 차선책으로 사내하도급 노동자의 차별을 최소화하고 숙련을 향상할 수 있는 ‘기능 등급제 임금 제도’ 등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영훈 경남대학교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도 “기능별 숙련도 평가를 통해 직영 인력과 사내협력사 인력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등 임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조선산업에서 인력 수요가 많은 용접이나 도장 분야에서라도 이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단기적으로는 유연한 주 52시간제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현장의 생산 인력난은 시급한 상황으로, 내년부터 생산인력 부족은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주 52시간제의 유연한 적용이 가장 효과적이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정부가 추진 중인 조선업체 용접·도장공에 대한 외국인 쿼터 폐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이날 토론회에선 “조선업의 노동조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주노동자들도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건설업 등으로 이동할 것”이란 의견과 “단기적 인력 확보 측면에서 기피 직종을 중심으로 해외 인력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맞부딪혔다.

이날 토론에선 장기적으로 조선업의 인력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에 관해서도 얘기가 나왔다. 김영훈 교수는 “생산공정의 자동화와 디지털 적용을 위한 연구개발 강화로 설계·생산 공정의 인력 의존도를 낮추는 구조 고도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친환경·스마트 분야의 연구개발과 생산관리 인력 확보를 위한 연계 인력 양성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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