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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자→동반자, 기업 '롤 체인지'…최태원, 尹 '민간주도 경제'에 기대

이준기 기자I 2022.03.24 15:07:05

대한상의 회장 취임 1주년 출입기자 간담회
"통상기능, 기업을 더 이해하는 부처 맡아야"
"尹 규제개혁, 국회에서도 같이 세팅해줘야"
"SK 전경련 재가입 고려 가능하나…시기상조"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새 정부가 민관협업을 강조하고 민관합동위원회를 설치해 실제 이야기를 한다고 하니 민간 입장에서 보면 ‘롤 체인지’(역할 변화)가 온 것 같습니다.”

최태원(사진)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새 정부에서 기업 역할이 종전 ‘조언자’에서 ‘동반자’로 격상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 회장은 23일 대한상의 회장 취임 1주년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과거엔 정부가 정책을 정하고 그 중간에 (민간) 의견을 수렴하는 형식이었지만, 이젠 정책을 만들어나갈 때 공동으로 같이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그간 민관합동위원회를 구성,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를 국가 핵심 어젠다로 반영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등 ‘민간 주도 경제 패러다임로의 전환’을 표방해왔는데, 이에 대한 화답으로도 풀이된다.

23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대한상의
“규제 패러다임, 네거티브로 전환” 주문

최 회장은 새 정부 규제개혁과 관련해서 “민관이 협력한다면 유효성과 여러 데이터를 분석할 수밖에 없다. 그런 것들이 미래에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운을 뗀 뒤 “‘그 일은 하지 마라’는 게 아니라 ‘그 일을 잘하면 무엇인가 줄게’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규제 패러다임을 사후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탄소중립을 예로 들었다. 최 회장은 “탄소를 자발적으로 많이 줄이는 쪽에 뭔가를 준다고 생각하면 탄소를 줄일 확률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최근 경제 6단체장과의 도시락 간담회에서 윤 당선인은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데 방해 요소가 있다면 그런 것들을 제거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 아닌가”라며 대대적인 규제개혁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더 나아가 최 회장은 여야를 향해서도 “규제의 상당 부분은 법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도 세팅해줘야지 가능하다”고 당부했다.

“통상조직, 기업 이해해야”…산업부 지지

최 회장은 통상조직을 어느 부처에서 맞는 게 나은지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기업을 얼마만큼 이해하는 쪽이 통상을 맡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라고 본다”고 한 것이다. 정권교체 때마다 되풀이하는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간 밥그릇 싸움에서 산업부 쪽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책에 대해 최 회장은 “디지털 인프라 스트럭처, 디지털 앱을 제대로 갖고 있던 곳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별로 받지 않았다”며 “대한민국이 앞으로 디지털 인프라 스트럭처를 산업 쪽으로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확산 움직임에 대해선 “‘기업이 사회 가치를 훼손하면서 돈을 벌면 안 된다’는 생각을 ESG로 이름 붙여 놓은 것 같다”며 “이 가치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진전시키면서 돈을 벌지가 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트렌드”라고 했다. 이와 관련한 정부 역할과 관련해선 “ESG를 잘하는지에 대한 평가(rating)를 잘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23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대한상의
전경련은 같은 식구..SK 재가입 시기상조

최 회장은 정권 교체기 부활을 꿈꾸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이를 꺼리는 일부 경제단체 간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대한민국 재계의 맏형 노릇을 해오던 전경련은 2016년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 이후 위상이 급추락했고, 이후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탈퇴 등 암흑기를 보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패싱 논란에 휩싸였던 전경련의 자리는 대한상의가 꿰찼다. 그러나 전경련이 윤 당선인과 경제 6단체장 간 도시락 회동 추진 과정에서 당선인 측과의 소통 주체를 맡는 모양새를 연출하자, 일부에서 ‘전경련이 자격이 되나’라고 반발하는 등 경제단체 간 물밑 파열음이 일었었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우리(전경련과 대한상의)는 다 같은 식구라” “라이벌 개념은 없다“ ”경제단체끼리도 힘을 합하고 ‘으쌰으쌰’를 잘해야 할 때” “반목이나 갈등은 없다” 등의 발언으로 일종의 해프닝으로 치부했다.

다만, 최 회장은 SK의 전경련 재가입 여부에 대해선 ‘시기상조’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여건이 되면 고려할 수도 있는 것 같다”면서도 “지금으로선 여건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아직은 가입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즉, 전경련이 뼈를 깎는 쇄신을 거듭, 재벌 대변인·정권 하수인 이미지를 벗어야 재가입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읽혔다.

23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대한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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