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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비상등]주택담보대출 폭탄.."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디레버리징 필요"

김영수 기자I 2014.11.05 17:42:01

가계부채 1040조원 돌파...이중 절반은 주택담보대출
50대 이상 전체 51% 차지...상환능력 줄어 부실 우려
'원리금분할상환' 적용해 장기적 대출 규모 줄여야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경제성장률 범위 안에서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알고 있습니다.”(정홍원 국무총리)

“금리가 인상되면 이자 부담으로 부실대출이 늘어 가계부채발 ‘한국판 금융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지난 4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가계부채 문제 등을 놓고 정홍원 총리와 윤호중 의원 간에 공방전이 벌어졌다. 그렇다면 실제로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만한 수준일까.

◇가계부채 1000조 상회...집값 하락시 주택담보대출 채무상환 능력 저하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판매신용을 합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년 전에 비해 6.2%가 증가한 1040조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가 가처분소득 증가보다 빨랐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가계신용통계 기준) 비율은 올 6월 말 현재 135.1%(추정치)로 지난해 말(134.7%)에 비해 올랐다. 이 비율은 지난 2008년(120.7%)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우리나라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자금순환통계 기준·160.7%)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평균인 137.8%를 웃돌고 있다.

가계부채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도 문제다. 주택담보대출은 2000년 들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데다 현 정부가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 등 부동산 살리기 정책을 펴면서 채무상환능력이 부족한 은퇴 계층의 대출이 늘고 있다.

실제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서 50대와 60대 차주 비중은 2009년 말 26.9%, 15.1%에서 올해 3월 말 31.0%, 19.7%로 증가했다. 50세 이상 금융채무불이행자 비중도 2003년 9.0%에서 지난해 31.1%로 3배 이상 늘었다. 이와 관련 한은은 50대 이상 채무상환 능력 저하로 가계대출의 일부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향후 은퇴 세대를 중심으로 가계부채 부실 문제가 가시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생계형 주택담보대출도 급증 ‘가계부채’ 확대 요인...저축률은 세계 최저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싼 금리를 이용한 생계형 주택담보대출이 늘고 있는 것도 가계부채 증가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LTV·DTI 완화로 주택 구입을 늘리려 했던 정부의 의도와는 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 등 4개 주요 은행의 올해 1~7월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 51조 8000억원 가운데 53.8%인 27조 9000억원 규모가 주택 구입에 쓰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비(非)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은 2011년 43.2%에서 2012년 50.6%, 2013년 50.9%로 최근 3년 새 10%포인트 넘게 높아졌다.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축률은 세계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순저축률은 4.5%이며 1년 전의 3.4% 대비 1.1%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OECD 평균인 5.3%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 2005년 이후 단 한 번도 5% 선을 넘지 못했다.

한은은 1990년대 들어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저축만으로는 주택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고 가계 대출의 급증이 저축률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저금리 탓에 저축의 이점이 줄어든 것도 저축률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계저축률이 1%포인트 하락할 때 투자는 0.25%포인트, 경제성장률은 0.19%포인트 각각 하락한다”며 “가계저축률 하락 추세가 지속되면 투자와 경제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치고 개인의 노후 소득보장 문제도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발 부실 가능성은 낮아...고정금리 늘리는 등 가계부채 디레버리징 유도”

전문가들은 가계부채가 많다고 해서 문제를 일으킨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수많은 가계에 원리금 상환 압박과 함께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 잠재적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디레버리징(규모 축소)을 통한 연착륙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양원근 한국금융연구원 비상임 연구위원(전 KB금융경영연구소장)은 “주택가격은 예측이 불가능한 만큼 가계부채 부실화 역시 단정적으로 예단키 어렵다”며 “다만 금리가 상승하는 시점에서는 채무상환 능력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현 저금리 상황에서)고정금리 비중을 늘려 금리 리스크를 축소시키거나 원리금균등분할상환을 적용해 가계부채의 디레버리징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현재 가계부채 규모가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진단했다.

윤 원장은 “가계부채의 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부동산 폭락을 의미한다”며 “앞으로 부동산 수익률이 1~2% 정도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가계부채발 부실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가계부채는 소득기준 상위 70% 정도가 차지하고 있으며 하위 20%는 5% 미만으로 전체적인 부채의 질은 나쁘지 않다”며 “다만 시나리오상 부동산이 15% 폭락할 경우 국내 금융회사가 자기자본으로 커버할 수 있지만 건전성이 상당히 훼손될 우려가 있는 만큼 부실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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