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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공약' 갯벌복원 위한 토지강제수용..법원서 제동

박종화 기자I 2022.03.02 16:08:56

법원 '고파도 갯벌복원' 고시 취소..토지수용 중단
"공익사업 인정 안된다" 주민 손 들어줘
"정부, 비용·시간 아끼려 강제수용 강행"
대통령 공약사업 위해 무리한 사업 추진 의심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업인 갯벌복원사업 추진을 위해 토지 강제 수용에 나선 정부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토지 수용 요건이 안 되는 데도 지방자치단체가 수용을 밀어붙였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충남 서산시 고파도 전경. (사진=산림청)
공익사업 해당 안 되는데 수용 밀어붙인 국토부

2일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달 충남 서산시 팔봉면 고파도리 토지주 다섯 명이 국토부 등을 상대로 제기한 ‘국토교통부 고시 무효 확인 소송’에서 사업인정고시를 취소하도록 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서산시 등이 고파도에서 갯벌 생태계 복원·정비사업을 추진하겠다며 2019년 사업인정고시를 내고 토지 수용 작업에 들어간지 2년 만이다. 사업인정고시가 취소되면서 시행자인 서산시가 가졌던 토지 수용 권한도 박탈됐다.

고파도 갯벌 복원 사업은 해수 유통을 위해 고파도 방조제 일부를 헐어 폐염전을 갯벌로 복원하는 사업이다. 고파도 토지주들은 2019년 토지 수용 조치로 헐값에 염전을 넘겨줄 처지에 놓이자 국토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잇달아 원고가 승소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2020년 ‘공익사업에 해당하지 않는 사업을 위해 토지 수용을 위한 사업인정고시를 낸 것은 위법하다’며 토지주 손을 들어줬다. 국토부 등은 판결에 불복했지만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도 항소 기각, 심리 불속행(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 결정을 내리며 1심과 같은 결정을 내렸다.

갯벌 생태계 복원·정비사업에서 시행자가 토지 수용권을 가질 수 있는지가 이번 재판 핵심 쟁점이었다. 공공이 토지 수용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업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공익사업으로 제한된다. 갯벌 생태계 복원·정비사업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원고 측 주장이었다.

공익사업 해당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자 국토부는 공익사업에 해당하는 방조(防潮·조수 피해를 막는 일)가 수용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국토부가 부차적인 사업을 앞세워 토지 수용을 주장한다고 맞받았다. 수용 토지 면적에서 방조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2.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토지 수용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갯벌 복원 사업 면적은 전체 토지 면적 중 91%를 차지했다. 1심 재판부도 “사업의 내용은 방조를 위하여 설치한 제방을 헐어내는 것에는 해당할지언정, 방조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대통령 공약 사업용 무리수? “공익 목적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원고 측 변론을 맡은 이호동 변호사는 “내부적으로도 토지 수용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며 “협의 매수로 토지를 확보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다 보니 토지보상법으로 강제 수용을 하려 한 것 같다”고 했다.

서산시 관계자도 “사업 방향을 더 고민해봐야 한다”면서도 “현행법으론 갯벌 복원 사업만으론 토지 수용이 안 될 것 같다. 일단 협의 매수로 확보한 토지에서만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국토부 등이 문재인 대통령 공약 사업 이행을 위해 무리수를 뒀다고 의심한다. 고파도 갯벌 복원 사업이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에서 공약한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 조성 사업부지와 인접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것은 맞으나 고파도 갯벌 복원 사업이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에 직접 들어가진 않는다”고 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과거보다 개인 재산권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공공이 토지 수용을 할 땐 정말 공익 목적에 부합하는지 따져보고 수용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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