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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동맹국도 '메이드 인 차이나' 드론 애용…"美안보·경제 모두 타격"

방성훈 기자I 2017.07.18 16:01:14

美, 안보 이유로 드론 수출 강력하게 규제한 영향
中드론, 美경쟁 제품比 가격 싸고 성능·품질 유사해 인기
中, 무기 관련 국제 합의서 제외돼 자유롭게 보폭 넓혀
美드론 업계·국회의원 등 "수출 규제 풀어야" 한목소리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지난 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진영 활주로에서 날개가 3개 달린 중국의 드론 ‘윙룽’이 위성에 포착됐다. 윙룽은 미국의 전투용 드론 ‘프레데터’를 본따 만든 중국제 드론이다.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으며 여러 시간 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레데터와 유사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 같은 달 시리아 국경 근처 요르단 내 이집트·아랍에미리트(UAE) 연합기지에서는 중국산 ‘CH-4 레인보우’ 드론이 위성사진에 찍혔다.

중동 및 아프리카 분쟁 지역 국가들은 물론 미국의 동맹국들까지 중국산 드론을 수입·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미국의 안보 및 드론 산업이 위협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군사용 드론은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무기로 꼽힌다. 하지만 미국은 군사적·전략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오랜 기간 드론을 수출하지 않았다. 현재 미국의 군사용 드론을 구입할 수 있는 국가는 영국이 유일하다. 다른 나라들, 특히 적국이 드론을 손에 넣으면 미국을 위협하는데 사용할 우려가 있어서다. 최근에도 시리아 내 군사시설을 정찰하던 미 공군 전투기가 이란이 중국으로부터 구입한 드론 두 대를 격추한 바 있다.

중국은 미국의 부재를 틈타 저렴한 가격과 상대적으로 약한 제약 조건을 앞세워 드론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중국산 드론은 미국산 드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성능 및 기능 면에선 미국 제품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받고 있다. 미국의 프레데터 가격이 대당 500만달러인 반면 거의 같은 성능을 가진 중국의 윙룽은 100만달러에 불과하다. 심지어 중국의 ‘CH-5’ 드론의 경우 비행시간이 최장 40시간으로 미 경쟁업체의 ‘리퍼’보다 50% 가량 길다.

이에 드론을 필요로 하는 분쟁 지역 국가들은 물론, 미국의 동맹국들조차 중국의 드론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저렴한 가격과 유사한 성능 외에 미국에 비해 까다롭지 않은 제약 조건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무기를 수출하는 국가로, 드론을 수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4~2015년 경부터다. 현재까지 중국이 드론을 판매한 국가는 최소 10개국으로 알려졌으며, 미 국방부는 중국이 오는 2023년까지 4만2000여개의 드론을 생산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중국이 이처럼 아무런 제약 없이 드론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지난 1987년 전 세계 35개국이 합의한 미사일기술통제체제에서 제외돼 있어서다. 당시 한국, 미국, 러시아 등 35개국은 미사일 관련 장비와 부품, 기술 등의 이전을 통제해 미사일 확산을 방지하기로 약속했다. 중국은 또 지난 해 10월 무장 공습이 가능한 드론의 수출 및 사용 원칙에 대해 45개국이 합의했을 때에도 서명하지 않았다. 중동 지역 국가들 역시 이라크와 요르단을 제외하고 모두 서명하지 않았다. 앞으로 중동 국가들의 드론 구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로 중국은 올해 3월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드론 100대를 공동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또 미국에 구매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아랍에미리트(UAE)에게도 드론을 수출하고 있다.

드론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미국에게 안보·전략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위협이 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의 안보 동맹이 약화되는 동시에 미 드론 제조업체들이 중국에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미 드론 제조업체들과 국회의원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드론 수출 규제를 완화해달라며 로비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역시 중국의 움직임을 인식하고 있으며, 미 기업들이 세계 모든 지역에 드론을 판매할 수 있도록 절차적 장애물을 없애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토머스 보설트 백악관 국토안보 및 대태러 담당관은 “경제적 이익과 안보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미 산업계를 도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는 것을 막기 위한 보호장치 등을 포함해 기술 판매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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