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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26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경제에 고통을 주는 수준으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달러 강세 등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국내 금융시장을 덮쳤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109선을 훌쩍 넘어 2002년 6월 수준까지 올라 20년 2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는 코스피, 코스닥 지수를 2% 넘게 떨어뜨렸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4.14포인트, 2.18% 하락한 2426.89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460억원 가량 순매도하며 나흘 만에 매도세로 전환했다. 코스닥 지수는 22.56포인트, 2.81% 내려 780선이 붕괴됐다.
미 연준의 긴축 강도가 강해질 경우 달러 강세에 원화가 평가절하되며 수입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역시 긴축 강도가 강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보다 한국의 금리 인상이 더 일찍 종료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에 채권금리가 급등하며 채권 가격이 하락했다. 통화정책에 영향을 받는 단기물 위주로 금리가 올랐다. 국고채 2년물 금리는 3.683%로 역대 최고치를 찍고 지표 금리인 3년물 금리는 3.653%로 모두 10bp(1bp=0.01%포인트) 넘게 급등했다.
금융시장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환율은 1380원에서 한 차례 저항이 있겠지만, 1400원 가능성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금리는 연고점 경신 가능성이 있고, 국내 증시는 외국인 순매수 강도가 약해지고 있다.
한편 산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환율 상승이 수입원가를 높여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항공기 리스료와 유류비를 모두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업계, 원재료 구매 가격이 껑충 뛴 철강·석유화학업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환차손에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고물가·고환율·저성장의 ‘퍼펙트스톰’(복합 위기)이 닥칠 것이란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