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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법 끝까지 반대토론한 의원 4인, 어떤 얘기했나 보니

이승현 기자I 2018.09.21 16:11:46

20일 본회의서 의원 6명 찬반 토론 진행
공통적으로 대주주 자격 시행령 위임 지적
박영선 "국회 권한·책임 포기한 후진국형 입법사례"
채이배 "시행령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어..경험하지 않았나"
추혜선 "벽 허물어 놓고 벽이 있다 상상해 달라는 주문"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64회 국회(정기회) 제06차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우려를 낳으며 여야간 이견을 보였던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이하 인은법)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 법은 여야간, 여당내에서도 격론을 벌인 쟁점법안이었던 만큼 통과 직전까지 찬반 양론이 거세게 부딪쳤다. 저녁 9시를 넘은 늦은 시간이었지만 무려 6명의 의원들이 토론자로 나서 찬반 토론을 진행했다.

반대측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 김종훈 민중당 의원 등 4명이 나섰다.

토론에서 박 의원은 “금산분리법을 만들었던 더불어민주당 구로을 지역의 박영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후 “이 법은 형식적인 면에서 중대한 결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적 재산권 등 규제가 적용되는 제한법령은 특정한 범위를 정해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하는데 이 법안은 특정한 범위를 정하지 않고 시행령에 사실상 실질적으로 백지 위임했다”며 “이것은 국회가 왜 있는가, 국회의 권한과 책임을 포기한 대표적인 후진국형 입법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국회는 법제사법위원회에 이런 모순과 결함을 바로잡으라고 법제 기능을 부여했음에도 유감스럽게도 오늘 법사위에서 특히 판사 출신이신 여상규 법사위원장께서는 이 점을 간과했다”며 “매우 유감이다.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의원과 함께 반대토론에 나선 채이배 의원은 “인은법은 대주주의 자격을 법률에서 제한하지 않고 경제력 집중 억제, 정보통신업 자산 비중 등의 중요한 요건을 시행령에 백지위임했다”며 “정부와 여당은 시행령으로 ICT전문그룹 외에 다른 재벌은 은행 대주주가 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시행령은 정부가 바뀌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또 채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자격심사 대상 법률에 특경가법을 포함해 은행법보다 더 강화했다고 하나 그야말로 허상”이라며 “인터넷은행은 개인 총수가 출자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지배하는 회사가 출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 총수가 불법을 저질러도 (은행업 진출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추혜선 의원 역시 “법안에, 가장 강력한 안전장치인 소유 규제를 풀고,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10글자를 본문에 넣지도 못했다. 그러고도 여당에서는 재벌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 3중·4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서 재벌의 사금고화 가능성은 0%라고 선언했다”며 “벽을 허물어놓고 벽이 있다 상상해달라는 주문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또 추 의원은 “ICT 업종에 대한 논란도 여전히 있다. 정보통신업의 분류 기준은 통계청장 고시로 결정되기 때문에, 통계청 고시가 바뀌게 되면 언제든지 정보통신업의 범위가 변동될 수 있다”며 “현재도 통계청 일반분류와 특수분류의 포괄범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시행령을 바꾸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재벌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반면 찬성토론자로 나선 이종구 자유한국당 의원과 최운열 민주당 의원은 경제환경이 변해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침해 우려가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한편 인은법은 제적인원 191명 중 찬성 145표, 반대 26표, 기권 20표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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