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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원유값 뛰는데 정부는 압박만…'궁여지책' 나선 식음료업계

남궁민관 기자I 2023.10.04 17:56:02

원유 8% 이상 올랐지만 정부 눈치에 흰우유만 5% 이내 인상
"손실 줄이려 가공유 등 여타 제품 더 올릴 수밖에"
원당·코코아 등 부재료값 급등에 물류비 부담 여전
오비맥주·농심도 유업계와 동일한 생존 전략 눈길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좀처럼 안정되지 않는 원부자재 가격에 국내 식음료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물가안정을 꾀하는 정부의 압박에 대표 제품들의 가격 인상은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은 여타 제품들의 가격을 올리며 생존을 위한 궁여지책에 나선 모양새다.

김정욱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관과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 등이 4일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우유 가격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4일 유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전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김정욱 축산정책관 주재로 소비자단체와 생산자, 유업계 및 유통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유제품 가격 동향을 점검하는 현장 간담회가 진행됐다.

올해 음용유용·가공유용 원유 가격이 각각 8.8%, 10.9% 인상됨에 따라 이달 1일부로 흰우유를 비롯한 가공유·발효유·치즈 등 소비자가격도 속속 오르면서 추석 직후 이에 대한 적극적인 압박을 전개하고 나선 셈이다.

서울우유와 매일유업(267980), 남양유업(003920) 등은 대표 제품인 대형할인점 공급 1000·900㎖ 용량 흰우유 제품 소비자가격을 3000원 미만으로 5% 수준 소폭 인상했지만 편의점 공급 제품 및 가공유·발효유·치즈 등 제품 가격은 이보다 높은 10% 안팎 인상을 결정한 것이 이같은 압박의 주요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각종 유제품은 물론 커피 전문점 및 제과·제빵업계까지 추가적인 가격 인상 여파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가 재차 유제품 가격을 단속하고 나서자 유업계 고민은 더욱 커진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물가 안정 요구에 맞춰 대표 제품인 흰우유 가격 인상은 최소화했지만 원유 가격이 10% 가량 오른 상황에서 모든 제품 가격을 흰우유 인상폭에 맞출 수는 없다”며 “상대적으로 가격 민감도가 낮은 여타 제품들의 가격 인상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카스 맥주.(사진=연합뉴스)
대표 제품의 가격 인상은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여타 제품 가격을 올려 손실을 최소화하는 이같은 전략은 다른 식음료 업계에서도 목격되고 있다. 대표적인 수입 원재료인 밀 국제가격은 차츰 안정화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 대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데다 최근 설탕, 코코아 등 다른 수입 부재료 가격이 크게 뛰면서 높은 원가 부담이 이어져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제과에 주로 쓰이는 소맥(SRW)의 가격(이하 시카고상업거래소 기준)은 1t당 208.89달러로 1년 전 335.1달러보다 크게 낮아졌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0월 3일 179.58달러 대비해선 높은 수준을 보였다. 제빵에 주로 쓰이는 소맥(HRW) 역시 251.05달러를 기록, 1년 전(363.3달러)보다 낮아졌지만 2019년 10월 3일(149.09달러)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국내 제당업계가 설탕을 만들기 위해 수입하는 중간재 원당 가격(이하 뉴욕상업거래소 기준)은 지난 3일 기준 1t당 565.92달러로 1년 전 394.84달러 대비 무려 43.3% 급등했다. 또 같은 기간 코코아 가격 역시 45.3% 급증한 3428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올해 초 정부의 압박에 ‘한동안’ 맥주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선언했던 오비맥주는 이날 카스와 한맥 등 주요 맥주제품의 공장 출고가격을 평균 6.9% 인상키로 결정했다. 병뚜껑과 빈명 가격 인상, 물류비 증가 등 원가 부담에 환율 불안까지 겹치면서 더이상 동결은 어렵다는게 오비맥주의 설명이다. 다만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대표 제품인 500㎖ 캔 제품 가격은 이번 인상에서 제외했다. 올해 중순 정부가 칼을 겨눴던 라면·제과업계에서는 농심이 대표 제품인 신라면과 새우깡을 꼽아 각각 50원, 100원 가격을 낮추며 유업계와 유사한 전략을 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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