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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나화자 할머니 별세…소송 생존자 9명

이윤정 기자I 2023.04.20 19:09:08

19일 숙환으로 숨 거둬
후지코시 공장 동원돼 강제노역
대법원 최종 판결 못보고 눈 감아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 나화자씨가 별세했다. 향년 93세.

20일 민족문제연구소는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했던 나씨가 전날 오후 5시께 숙환으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2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나화자씨의 빈소가 마련됐다(사진=민족문제연구소).
나씨는 1931년 10월 전라도 나주에서 태어났다. 대정국민학교 6학년 때인 1945년 2월 일본 도야마현에 있는 후지코시 도야마 공장에 동원돼 강제노역 피해를 입었다. 나씨는 과거 진술서에서 “공장에서 선반으로 철을 깎는 작업을 했다”며 “아침 6시에 기상해 7시까지 공장에 출근했고, 공장에는 일본인 감시원이 있어 계속 감시당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날 주어진 작업을 마치지 못하면 심하게 꾸중을 들었다. 잔업을 해서라도 일을 마쳐야 했다. 부득이 마치지 못할 때는 그다음 날 한 적이 있다”며 일본 기업의 착취 행태를 폭로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임금도 받지 못한 채 일을 했다는 나씨는 해방 후인 1945년 10월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씨를 비롯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은 2003년 후지코시를 상대로 일본 도야마 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한일 청구권 협정을 이유로 패소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도 2011년 상고를 기각했다.

피해자들은 2013년 국내 법원에 다시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고등법원은 2019년 1월 후지코시가 원고들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했다. 하지만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으로 나씨는 끝내 대법원의 최종 결론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나씨의 별세로 후지코시 상대 손해배상 소송 원고 23명 중 생존자는 9명으로 줄었다.

빈소는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 205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22일 오전 9시이며 장지는 경기도 시안가족추모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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