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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기관장 사퇴하라"…'노동계 블랙리스트' 논란 격화

박태진 기자I 2017.07.18 15:57:30

양대노총, 홍순만 코레일 사장 등 적폐 기관장 10명 공개
성과연봉제 도입 앞장 선 박근혜 정부 기관장이 주요 대상
노동계 “시정 안되면 향후 2·3차 명단 추가로 공개할 것”
전문가 “새 정부에 부담 주는 대립 피해야..대타협 필요”

[이데일리 박태진 최훈길 기자] 노동계가 청산대상 적폐 기관장 명단을 공개한 것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방향만 다른 ‘노동계 블랙리스트’란 비난이 나온다. 특히 과거 정부가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임명한 공공기관장을 정권교체 후 ‘낙하산’, ‘청산대상’으로 낙인 찍어 퇴진을 요구하는 행위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초법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국책과제 성과연봉제 추진 기관장 적폐세력로 낙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공공부문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청산대상 적폐기관장 10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노동계의 10대 적폐기관장 블랙리스트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이날 적폐기관장 사퇴촉구 기자회견에서 “국정농단 세력에 의해 임명된 공공부문 적폐기관장들의 경영농단과 그로 인한 폐해는 오롯이 공공부문 노동자와 국민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공대위는 적폐기관장의 경영농단으로 인한 국민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청산해야할 10곳의 공공기관을 1차로 발표한다”고 말했다.

양대노총이 이날 발표한 적폐기관장은 △홍순만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 △유제복 코레일유통 대표이사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 △김옥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서창석 서울대병원 원장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박희성 한국동서발전 사장 직무대행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영훈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이사장 △이헌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등이다.

이들은 국정농단 세력 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알박기로 임명됐으나 아직 사퇴하지 않은 낙하산 기관장, 성과연봉제 강제도입을 위해 불법을 자행한 기관장 등이라고 공대위는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계 전문가는 “성과연봉제는 전 정부의 국책과제였고 노동 정책의 기조였다. 공공기관장으로서는 당연히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었다”며 “이를 적폐로 규정해 책임을 묻는다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에서 일한 사람들은 적폐세력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관장 “사퇴없다”…“노사정 사회적 대타협 이뤄야”

공대위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던 공공기관이 48곳이었다는 점을 설명하며 이번 명단공개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적폐청산 1호로 선정된 기관장들은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지금이라도 즉시 사퇴하기 바란다”며 “만약 시정되지 않을 시 2차, 3차 적폐기관장을 추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대위는 이번에 공개한 명단은 노동계가 자체적으로 마련해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대위는 전 정부에서 임명한 기관장 중 임기가 남은 기관장들은 앞으로 기관 설립목적 등에 어긋나는 행위가 드러날 경우 정부에 해당 기관장들의 사퇴를 촉구할 계획이다.

해당 기관장들은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사퇴는 없다’고 일축했다.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양대노총의 명단 발표와 관련해 “경영개혁에 대해 지속적으로 저항하는 노조가 적폐 아닌가”라며 “노조가 기득권을 양보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도 “오늘 발표는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노조의 주장에 의해 사퇴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노동계의 블랙리스트 공개로 공공기관 노사 관계가 다시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문재인 정부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노동전문가는 “그간 노동계의 분노와 억울함은 공감하지만 공공기관장 사퇴 촉구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노사가 서로 주장하는 바가 다르다고 해서 이기고 지는 승부의 관계에 얽매이기 보다 무엇이 옳은 방향인가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노사정이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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