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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밥'에 눈먼 中企…허위 서류로 1400억 은행 대출

뉴스속보팀 기자I 2015.09.02 21:24:38
[이데일리 뉴스속보팀] 신용보증기금(신보) 보증을 받은 후 다른 회사와 거래 내역을 허위로 꾸며 거액의 은행 대출을 받은 업체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손준성 부장검사)는 실제 물품 거래 없이 허위로 세금계산서 등을 발행해 은행 대출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식품업체 A사 대표 양모(53)씨 등 124명을 입건해 26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가담 정도가 가벼운 14명은 기소를 유예했고, 달아난 5명은 기소 중지 후 행방을 쫓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A사 등 50여개 업체들은 2007년부터 작년까지 중소기업의 신용보증업무를 담당하는 신보로부터 ‘B2B(기업간거래) 대출보증’을 받은 후 있지도 않은 구매 내역을 만들어 은행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씩 대출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대출받은 금액은 총 143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보 ‘B2B 대출보증’은 기업 간 물품 거래 때 구매기업이 신보의 보증을 받아 인터넷에 개설된 중개업체(e-MP) 사이트에 거래정보를 입력하면 은행이 물품 대금을 대출해줘 3∼6개월 후 대출금을 갚을 수 있게 한 제도다.

그러나 판매기업과 짠 구매기업이 e-MP 사이트에 허위 거래 정보를 입력하고, 이를 모르는 은행이 판매기업 계좌로 대출금을 송금하면 판매기업은 이를 다시 구매기업에 보내는 식으로 범행이 이뤄졌다.

신보 보증서를 내고 대출받은 기업이 대출금을 못 갚으면 신보가 이를 우선 갚고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한다.

이들이 대출한 돈의 80∼90%를 신보가 은행에 대신 갚아 주면서 신보는 475억원의 손해를 봤다.

일부 업체는 신보에서 은행에 대신 갚아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부도 직전에 집중적으로 허위 대출을 받았다.

일부 동종 업체들은 쌍방 허위 거래를 근거로 대출을 받았고, 유령 회사를 만들어 구매 내역을 꾸며내 은행에서 대출받은 업체들도 있다.

거래 상대방으로 이름을 올린 회사 중 사기인 것을 알면서도 피의자들과 친분이 있거나 회사끼리 갑을 관계에 놓여 있다는 이유로 도와준 사례도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6년간 신보에서 약 6142억원의 기금 손실이 발생한 것을 봤을 때 비슷한 유형의 범행이 많았을 것으로 보고 지속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라며 “B2B 구매자금 대출과 관련된 구조적인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법무부 등에 제도 개선 방안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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