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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서 만난 박 모(81) 씨는 “ITX 새마을 열차 역방향으로 겨우 끊었는데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라 청량리역으로 이동해야 한다”며 “파업 때문에 자리가 없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불편하다”고 했다. 최 모(80) 씨는 “대구로 내려가야 하는데 오전 열차는 다 매진됐다고 하더라”며 “오후에도 입석만 남았는데 다리가 아파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청량리역에서 만난 손 모(52) 씨는 “아버지 댁에 가려 했는데 10시14분 춘천행 ITX 열차가 취소됐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어찌 될지 몰라서 일단 전화로 먼저 점심 드시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파업 소식을 사전에 듣지 못하고 현장에서 열차표를 구매하려던 시민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영등포역에서 만난 김모(39)씨는 “파업한다는 소식을 여기 와서 들었다”며 “올 사람이 못 오고 갈 사람이 못 가니까 참 문제”라고 지적했다. 파업은 직장인·학생들의 주요 출근·등교 시각인 이후인 오전 9시부터 시작됐지만 수도권 전철역 곳곳에서는 평소보다 분주한 출근길 풍경이 펼쳐졌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시민들 다수가 여유 시간을 잡고 나오면서다. 또한 당장 내일부터 어떻게 출퇴근을 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 모습이었다. 구로구에 거주하는 이 모 씨(34)는 “어제저녁 뉴스로 파업 소식을 들어서 30분 빨리 나왔다”며 “퇴근할 때도 전철이 연착될 수 있어 가능하면 빨리 나오려 한다”고 전했다.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이 모(40) 씨도 “버스 요금이 오른 뒤 지하철을 많이 탔는데 파업 기간 다시 버스를 타야 하나 싶다”며 “(파업하더라도) 시민 불편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해야 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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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철도노조 서울지부는 서울역 3번 출구 인근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철도민영화 중단하고 고속철도 통합하라’, ‘철도쪼개기 중단하고 수서행 KTX 운행하라’, ‘총파업 총투쟁으로 임협투쟁 승리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철도노조의 파업은 지난 2019년 이후 약 4년 만이다.
이들은 수서역을 기반으로 하는 SRT와 서울역을 기반으로 하는 KTX를 분리 운영하는 건 정부가 철도 민영화에 나서려는 발판이라고 주장했다.
철도노조 중앙쟁의대책위원회는 성명서에서 “시민 불편을 해소할 유일한 대안은 수서행 KTX다”며 “국토부가 수서~부산 노선을 감축하면서 증편한 KTX 시종착을 수서역으로 하면 된다. KTX와 SRT 연결 운행으로 효율을 극대화하고 KTX와 SRT 운임차별을 해소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시간 부산역과 대전역, 영주역과 광주송정역 인근에서도 각각 부산지방본부, 대전지방본부, 영주지방본부, 호남지방본부 총파업 출정식이 열렸다. 이번 총파업으로 오는 17일까지 나흘간 총 1170개 열차 운행이 중지된다.
이날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은 수서행 KTX 운행요구와 고속철도 통합 등 교섭을 통해 해결할 수 없는 정부정책 사항을 핵심 목적으로 하고 있어 정당성이 없다”며 “절차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지난 태업행위에 대해 법과 사규에 따라 책임을 묻고 있고 이번 파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체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앞서 코레일 노사는 지난 13일 오후 4시부터 올해 제2차 임금 본교섭을 시작했지만 서로 견해 차이만 확인하고 3시간30여분 만에 교섭이 결렬됐다. 파업에 대비해 코레일은 여객·화물·광역전철 등 열차 비상수송대책과 현장 안전관리방안을 점검했다. 파업기간 동안 안전운행과 고객 안내를 위해 대체인력 6000명을 투입했다. 코레일은 출근대상자 1만2905명 중 2804명이 파업에 참가해 참여율이 21.7% 정도 수준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열차운행은 파업영향으로 일부 감축 운행돼 KTX는 평소의 76.4% 운행 중이다. 여객열차는 68.1%, 화물열차는 26.3%, 수도권전철 83% 수준으로 운행했다. 코레일은 출·퇴근 시 이용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도권 전철은 평시대비 출근은 90%, 퇴근은 80% 이상으로 운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