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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혐의’ KEB하나은행장 영장에 은행권 ‘촉각’

박일경 기자I 2018.05.31 14:43:58

1일 영장실질심사…‘채용비리’ 구속 ‘갈림길’
하나銀, ‘초유사태’ 現행장 구속 가능성에 말 아껴…KB국민도 긴장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지난 30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은행권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검찰이 함 행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다. 하나은행은 현직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라는 초유의 사태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다.

지금껏 하나은행은 채용비리 혐의를 강한 어조로 부정해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하나은행에서 특혜채용 6건 등 총 13건의 채용비리 의심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공채 당시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우대’와 사외이사 지인을 공고에 없던 ‘글로벌 우대 전형’을 통해 합격시킨 것이 문제가 됐다.

하나은행은 “채용비리 사실이 없으며 특혜채용 청탁자도 없다”며 “특정 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점수 조작 사실이 없고 입점 대학과 주요거래 대학 출신을 채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달 금감원 특별검사단의 검사 결과에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금감원은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사퇴 배경이 된 2013년 채용비리 검사를 통해 함 행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채용비리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은 “김 회장은 (채용비리 의혹) 지원자도 모르고 지원자 부모도 모른다”며 “(함 행장이 추천자로 기재된 지원자도) 함 행장이 추천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처럼 줄곧 자신 있던 하나은행이 당혹감을 내비칠 만큼 현직 시중은행장에 대해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과거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적은 있었지만 구속 위기까지 몰리지는 않았다. ‘신한 사태’의 핵심 인물이던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도 불구속 기소되는 데 그쳤다.

현직 행장의 구속 사례를 찾으려면 1990년대 대출 커미션 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이철수·신광식 제일은행장, 우찬목 조흥은행장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방은행 가운데는 올해 초 박인규 DGB대구은행장이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 대상이 됐던 적이 있다. 박 행장은 이후 행장직에서 물러났고 전직 행장 신분으로 구속됐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도 작년 11월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바로 사퇴한 뒤 검찰 조사를 받았다.

특히 최고경영자(CEO)의 채용비리 연루 의혹을 받아온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수사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채용비리 의혹에 직접 걸려있다. 윤 회장의 종손녀가 서류전형과 1차 면접에서 최하위권에 들었다가 2차 면접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 4등으로 합격한 것이 특혜채용 의심 사례로 꼽혔다.

신한금융그룹 역시 신입직원 공채 지원자의 연령과 성별에 따라 차등 채용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신한은행과 신한생명에 대한 채용비리 의혹을 집중적으로 수사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지원자의 연령을 차별했는데 서류심사 평가기준 등에 의하면 채용공고에서 연령에 따른 차등을 명시하지 않았음에도 신입행원 채용 서류심사 시 연령별로 배점을 차등화하거나 일정 연령 이상 지원자에 대해서는 서류심사 대상에서 탈락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신한카드의 경우에는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서 이미 문제가 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검찰청 차원에서 이달 안에 각 지방검찰에 배당된 시중은행 채용비리 의혹 조사결과를 종합해서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자 별다른 내용이 없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하나은행장 구속영장 청구로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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