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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가상화폐 광풍(狂風)은 화폐를 독점적으로 관리하는 통화당국 한국은행에 적잖은 생각거리를 던지고 있다.
하루에도 수천만원 이상 가치가 왔다갔다 하는 가상화폐를 ‘화폐’로 볼 수는 없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다만 ‘현금 없는 사회’의 일환으로 디지털화폐에 대한 시사점은 쉽게 넘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11일 “각 정부 부처마다 비트코인 거래를 제한하자는 얘기는 있는데, 현재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현안 관련 정부 범정부 태스크포스(TF)는 법무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한은도 참여한다. 관련 회의는 이번주 중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미 규제 쪽으로 방향을 잡은 상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 내에서 거래 전면 금지를 포함해 어느 수준으로 규제할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고위관계자는 “비트코인이 화폐는 절대 아니다”면서 “10여년 전 등장한 ‘바다이야기’ 같은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각국의 법정화폐는 독점적인 발행자(중앙은행)가 있어, 특유의 가치 안정성이 있다. 예컨대 현재 만원짜리 지폐를 갖고 있으면 1년 후에도, 2년 후에도 비슷한 수준의 구매력을 지닐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이 전제가 있어야 다른 상품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고, 곧 지급수단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그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게 한은 내부의 생각이다.
이 고위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는 성가시기는 하지만, 그 규모가 커져 무시할 수는 없는 정도”라면서 “‘신발 속 작은 돌멩이’로 비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등장이 마냥 넘겨버릴 수준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앞으로 중앙은행이 제한적으로 가상화폐를 발행할 수 있고, 나아가 법정화폐로 쓰일 가능성도 아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스웨덴이 특히 적극적이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e-코로나’라는 가상화폐 프로젝트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도 최근 “각국 중앙은행은 가상화폐의 성장세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면서 “그 특성을 파악하고 직접 발행할지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