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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예산이 뭐길래…볼썽사나운 예산소위 경쟁

김정남 기자I 2015.11.12 14:11:38

예결위원장 "소위원 17명 증원 안 된다"…여야에 제동
소위는 지역구 예산 증액 '꽃보직'…결국 예결위 파행

김재경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회 각 상임위원회 산하 소위원회는 많아야 10명을 넘지 않는다. 보통 7~8명이다. 각종 법안 등을 효율적이고 집중적으로 심사하기 위한 여야의 관례다.

그런데 새해 예산안의 증·감액을 하는 예산안조정소위는 상황이 다르다. 여야가 당초 의결한 여야 총 15명도 다른 상임위와 비교해 적지 않은 숫자인데, 여야는 이를 17명으로 늘리려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여야 의원이 50명이나 모이는 예산결산특위의 규모 자체도 다른 상임위에 비해 더 크긴 하다.

이는 결국 지역구 예산을 따내기 위한 경쟁으로 읽힌다. 차기 총선의 당선을 위해 지역구에 가장 잘 어필할 수 있는 게 예산 증액이다. 일종의 ‘생존 경쟁’인 셈이다. 다만 지역구 예산에 골몰하다 보면 국회 예산심의권 본연의 취지는 퇴색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예결위원장 “소위원 17명 증원 안 된다”…여야에 제동

국회 예결위원장인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은 12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여야가 예산안조정소위원이 17명으로 늘린데 대해 “기존 15명에서 증원이 불가능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김 위원장은 “이미 15명으로 한다는 예결위 의결이 있어 증원이 불가능하다”면서 “15명으로도 이미 효율적인 소위 진행이 어렵다. 소위 회의장도 협소하다”고 주장했다. 17명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16명) 소속 의원보다 더 많은 숫자다.

문제가 불거진 건 여야가 전날 당초 의결을 깨고 17명의 예산안소위원을 발표하면서다. 새누리당은 예결위원장인 김재경 의원(경남 진주을)과 예결위 간사인 김성태 의원(서울 강서구을)을 포함해 서상기 의원(대구 북구을), 나성린 의원(부산진구갑), 안상수 의원(인천 서구·강화을), 이정현 의원(전남 순천·곡성), 박명재 의원(경북 포항남구·울릉), 이우현 의원(경기 용인갑), 이종배 의원(충북 충주) 등 9명을 선정했다.

새누리당은 앞서 8명만 공개했다가 호남 몫인 이정현 의원의 ‘지역 형평성’ 주장에 9명으로 확대했다.

그 과정에서 야당의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야당 몫은 7명인데, 8명으로 늘리겠다고 한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전날 발표한 소위원은 예결위 간사인 안민석 의원(경기 오산)을 포함해 이인영 의원(서울 구로구갑), 정성호 의원(경기 양주·동두천), 권은희 의원(광주 광산구을), 박범계 의원(대전 서구을), 배재정 의원(비례대표·부산 사상구 지역위원장), 이상직 의원(전북 전주 완산구을), 최원식 의원(인천 계양구을) 등 8명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여야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다만 책임소재를 떠나 ‘누가 빠져야 할 지’ 문제는 여야 모두에게 난제 중 난제다.

막판 소위행(行) 막차를 탄 이정현 의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인적 자원을 운용하는 게 필요하다”며 소위 참여 당위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다른 의원들이 직접 나서 빠지겠다고 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소위는 지역구 예산 증액 ‘꽃보직’…결국 예결위 파행

예산안소위 경쟁이 이렇게 치열한 건 다 이유가 있다. 소위가 국회 예산심의권의 핵심인 막판 증·감액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구에 알짜배기 예산을 줄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이다. 연말 예산정국의 ‘꽃보직’으로 불리는 이유다. 특히나 내년에는 총선이 열려 예산 경쟁은 더욱 민감하다. 그래서 각 당은 위원 선정에 있어 지역별 안배를 최우선으로 하지만, 그 와중에도 신경전은 끊이지 않는다.

예결위 경험이 있는 한 중진 의원은 “소위에 들어가면 일단 본인 지역구 예산은 확실히 챙길 수 있다”고 했다. 정가 관계자는 “17명 소위 증원은 결국 지역구 예산을 위해 스스로 정한 약속을 깬 것”이라고 했다.

여야가 이런 ‘볼썽사나운’ 신경전을 벌인 탓에 이날 오전 예정됐던 소위는 열리지 못했다. 예결위는 당초 9일 소위 개최를 계획했다가 밀리면서 ‘시간과의 싸움’을 우려했으나, 이를 다시 연기시켰다. 예산안 심사가 늦어질수록 ‘졸속’ ‘부실’ 우려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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