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센터 출발은 공공극장…서울예대도 머리 맞대야"

장병호 기자I 2018.04.13 16:45:33

존폐위기 처한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12일 토론회 열고 공공극장 정상화 논의
"공공재로 출발한 역사적 의미 환기 필요"

‘공공극장으로서의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위한 연극인 비상대책위원회’(가칭)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공극장으로서의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장병호 기자 solanin@).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한국연극사에 기록된 문헌들과 새롭게 발견된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가) 온전하게 사적인 자본과 노동만으로 만들어진 사유재산은 아니라는 사실관계가 명백해 보인다. (공공극장으로서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 대한) 정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서울시에서 ‘남산예술센터’로 운영 중인 드라마센터가 극장을 소유한 서울예대(학교법인 동랑예술원)와의 임대계약 종료로 존폐위기에 처했다. 이에 연극인들이 개관 당시 공공극장으로 출발한 드라마센터의 정상화를 위한 공론화에 나선다.

‘공공극장으로서의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위한 연극인 비상대책위원회’(가칭, 이하 비상대책위)는 지난 12일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공극장으로서의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위한 공개토론회’를 열고 이와 같은 의견을 모았다.

1962년 개관한 드라마센터는 극작가 겸 연출가 동랑 유치진(1905~1974)이 연극전용극장 건립 계획의 뜻을 품고 미국 록펠러 재단의 지원을 받아 한국 정부가 제공한 땅에 세운 극장이다. 건축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근현대식 공연장이다. 현재는 유치진이 세운 서울예대 소유로 서울시가 2009년부터 임대계약 형식으로 공간을 빌려 서울문화재단을 통해 공공극장으로 위탁운영을 해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먼저 드라마센터가 사적재산으로 출발하지 않았음을 역사적 자료를 통해 살폈다. 연극평론가 김숙현은 드라마센터가 한국연극사에서 지니는 의미를 발표했다. 김숙현 평론가는 “드라마센터는 정부로부터 불하받은 토지와 록펠러제댄의 기금, 유치진의 사재로 1960년 착공돼 1962년 봄에 완공됐다”며 드라마센터가 건립 당시에는 사적재산이 아니었음을 밝혔다. 유치진이 생전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센터는 절대로 사유화되지 않는다”고 말한 사실을 공개하며 드라마센터가 공공극장으로 출발했음을 강조했다.

연극평론가 김옥란은 미국 스탠포드대 후버연구소 아카이브에 보관돼 있는 아시아재단 유치진 관련 문서를 바탕으로 당시 아시아재단, 록펠러센터 등이 드라마센터 건립을 지원한 이유 또한 공공극장임을 밝혔다. 김옥란 평론가는 “유치진은 록펠러재단의 지원을 얻기 위해 비영리 재단법인 한국연극연구소를 설립하고 유리한 환율을 얻기 위해 아시아재단을 접촉했다”며 드라마센터가 사적재산으로 설립된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공공극장으로서의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위한 연극인 비상대책위원회’(가칭)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공극장으로서의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장병호 기자 solanin@).


연극인들이 드라마센터의 공공극장 정상화를 주장하는 것은 이곳이 지난 10년간 남산예술센터로 운영되면서 연극계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검열과 블랙리스트 사태 속에서도 꾸준히 동시대의 문제를 연극으로 다뤄온 곳은 남산예술센터가 유일하다. 연극연출가 김재엽은 “드라마센터는 현장 연극예술가들에게는 동시대적 화두를 다루는 가장 중요한 공공극장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며 “역사적인 젠트피리케이션 앞에 놓인 드라마센터를 공공성의 관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드라마센터가 현재 법적으로 서울예대 소유라는 것이다. 역사적인 의미만으로 드라마센터의 공공성을 주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이유다. 토론회에 참석한 배우 남명렬은 “드라마센터의 역사성 이야기를 계속하게 되는 것은 이 공연장에 공공성이 있음을 주장하기 위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드라마센터의 소유권을 공공재로 환원해달라는 것인지, 아니면 지난 10년처럼 계속 공공극장으로 사용권을 유지하자는 것인지 논의의 초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연극평론가 김미도는 “드라마센터가 공공재로 출발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토론회를 열게 됐다”며 “남산예술센터의 존폐위기는 법적인 것보다는 도의적인 문제인 만큼 연극계 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서울예대도 이 문제에 대해 함께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센터에 대한 서울시와 서울예대의 임대계약은 내년 6월 종료된다. 비상대책위는 이날 토론회에 서울예대 관계자도 초청했으나 참석하지 않았다. 2009년 서울시와 서울예대 간의 임대계약 당시 교수로 재직했던 연극연출가 임형택은 “그동안 서울예대도 드라마센터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재원 부족으로 힘든 점이 있었고 이에 서울시와 함께 문화사업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임대 계약을 맺게 됐다”며 “서울예대 측도 연극인과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극인들은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드라마센터를 둘러싼 문제를 계속해서 공론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은 “지금 중요한 것은 드라마센터를 둘러싸고 공론화되는 이야기에 연극계와 서울시, 서울예대 모두가 귀를 기울이고 함께 의견을 나누면서 운영 방향에 대한 결론을 내야 한다는 점”이라며 “공론화에 참여하는 분들이 이 극장의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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