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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율주행 알고리즘 세계수준..미국·중국 물량공세 한계”

김현아 기자I 2019.03.11 14:26:40

[질의응답]선우명호한양대 교수
LG유플러스, 자율주행대회 연속 4우승 한양대 ACE랩과 제휴
미국 웨이모 크라이슬러에서 자동차 6만대 주문
바이두 2000대 자율주행차 운영중.. 데이터 모으기 쉽지 않은 한국 현실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LG유플러스와 자율주행차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선우명호 교수가 이끄는 한양대 자동차전자제어연구실(ACE랩)이 일반 차가 달리는 도심 고속도로에서 5G 통신망과 연결해 자율주행차 운행을 공개 시연했다.

11일 성수동 한강사업본부에서 출발한 AI(자율주행차)은 강변북로·올림픽대로·성수대교를 거쳐 서울숲 공영주차장까지 도착하는 8km의 거리를 운전자가 ‘자율주행 모드 ON’ 스위치를 누른 채, 운전대와 가속·제동 장치에서 손발을 뗀 채 25분간 스스로 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선우명호 교수는 자율주행차 경진대회에서 4회 연속 우승했고, 르노 삼성과 한·프랑스 공동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LG유플러스 사외이사이기도 하며, 지난해 LG유플러스와 제휴를 맺고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선우명호 한앵대 에이스(ACE)랩 교수
◇다음은 선우명호 한양대 ACE랩 교수와 강종오 LG유플러스 FC부문 미래기술담당, 기업신사업그룹장 조원석 상무와의 일문일답

-오늘 AI(자율주행차)이 5G와 연결돼 구현된 부분은 관제와 실시간 영상전송, 엔터테인먼트 쪽이죠? 아직 5G 차량간 통신(V2X)은 표준화가 안 됐고, 초정밀 지도도 구축 중 아닌가.

▲이번에 5G 기지국과 인공지능(AI)이 자율주행차와 연결된 것은 차량관제, 실시간 영상 전송, VR콘텐츠가 맞다. 저희와 한양대는 V2X 적용을 연구중이고 LG전자가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고 있다. 다이나믹 정밀지도는 국내 지도 업체(이름은 비밀)와 개발 중이다.(강종오 담당)

-V2X 기술에서 단거리 전용통신(Dedicated Short-Range Communications, DSRC)과 셀룰러 방식(LTE와 5G 등을 이용한 C-V2X, Cellular-V2X) 중 어떤 게 낫다고 보는가. KT는 셀룰러 방식을 밀던데.

▲교통신호등 정보를 통신으로 하는 건 자율주행을 개발하는 저희에겐 빛이다. CES에 가시면 알겠지만 라스베이거스의 도로에선 교통신호등과 차량이 통신한다. 현재까지는 DSRC가 주로인데, 셀룰러로 하는 5G로 하는 방법이 있다. 자동차 제조사와 메이저 부품사들이 어떤 방식이 좋은가를 두고 싸움이 시작됐다. 저희들 생각이 표준화되면 자율주행에서 엄청난 혜택을 보게 된다.

DSRC를 미는 팀이 있고, 셀룰러를 미는 팀이 있는데 정치적이어서 (제 입장은)오프더레코드다. 정부가 DSRC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 (다른)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해 다른 데로 가려다 보니 ‘어 무슨 소리 하고 있어’ 그런 상황이다. 누가 좋다, 나쁘다는 아니다. 제가 우리나라 자율주행차 기술개발 총괄 단장을 4년 이상 한 사람이니 마음은 있는데 이야기 하기는 그렇다.(선우명호 교수)

◇경쟁사 5G 자율주행보다 낫다고 자부

-SK텔레콤이 지난해 12월 5G 자율주행차를 화성에서 시연했는데 오늘 시연이 더 나은 점이 무엇인가. LG유플러스는 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 Cooperative-Intelligent) 프로젝트에서 두 번이나 떨어지지 않았나.

▲경쟁사 이야기 다 보니 조심스러운데 강변북로를 포함해 총 8km에 설치돼 있는 기지국 숫자는 오늘 시연에서 5G로 끊김없이 이동하는 게 가능했다. 저희도 AI으로 지난해 12월 시연할 때는 깨지기도 했는데, SK텔레콤 행사는 그런 심리스한 연결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이번 시연처럼 진정한 5G망으로 8km간 진정한 정보를 주고받기는 처음이다.(강종오 담당)

▲C-ITS 탈락은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아쉽다. 하지만 셀룰러 방식 V2X(LTE와 5G 등을 이용한 C-V2X, Cellular-V2X) 장비는 LG전자가 가장 빨리 준비했다. 앞으로도 과제는 있을 것이고, 한양대와 같이 준비해서 좀 더 좋은 성과를 내도록 준비하고 있다.(조원석 상무)

-사실 5G 자율주행차는 KT가 지난해 평창올림픽 기간중 시범 서비스도 했는데. 또 다른 통신사들은 자율주행차 보유하고 있는데 LG유플러스는 없지 않나.

▲평창에서 했던 것은 비표준 방식이다. 시흥도 5G는 아니고. 저희 회사가 가장 빠르고 촘촘하게 5G 통신망을 갖추고 세계 최초로 5G연결 자율주행차를 시연했다고 말씀드린다.

왜 저희는 자율차가 없냐 하면 LG전자는 갖고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에서 통신사 역할이 뭔가 진지하게 고민하면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은 한양대 ACE랩 같은 곳이 하는 것이고, 저희는 통신 인프라를 이용해 정밀 측위 기술이나 관제 등을 하는 것 같다. 자율주행은 특히 같이 합심하고 만들어야 하는 것이어서 오픈 이노베이션이 중요하다. 앞으로도 자율주행차를 가질 생각은 없다. 산학연을 통해 수준을 높여갈 생각이다.(강종오 담당)

▲5G라는 통신기술을 상용화해 자율주행에 이용한 경우는 이번이 세계 최초다. KT가 평창에서 한 것은 굉장히 제한된 구간에서 미리 만들어 놓은 주행물을 따라 한 것이고, 일반 도로에서 일반차와 자율주행차가 뒤섞여 한 것은 그렇게 간단한 기술은 아니다.(선우명호 교수)

◇국내 알고리즘은 세계적 수준..미국과 중국 물량 공세엔 역부족

-지난해 미국 에리조나 피닉스에서 자율주행 택시 사업을 시작한 구글 웨이모와 비교할 때, 우리 기술 수준은 얼마나 되는가

▲웨이모는 10년에 걸쳐 연구해서 크라이슬러에서 자동차 6만 대 이상을 주문해 택시 사업을 한다. 차량에 들어가는 비용만 2억 이상이다. 처음에는 6억 이상이었다. 그런데 일반 자동차 회사에서 이런 비용을 낼 수 있을까. 사실 (우리나라는) 카풀만 하려해도 엄청난 문제가 생긴다.

좀 더 우리가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야 할 듯 하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너무나 아쉬운 대목이다. 자율주행차 허가증을 받기 위해 국토부에서 시험도 하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처음에는 절차가 매우 까다로왔다. 자율주행 허가차가 (우리나라에) 60대 밖에 안된다. 바이두는 2000대다. 웨이모는 주문대수가 벌써 6만대이니 이런 점에서는 아직 아쉬운 대목이다.

다만, 자율주행 수준에 대해서설명하자면 알고리즘은 국내 수준도 세계적이다. 하지만 더 성숙하고 신뢰할 수 있으려면 굉장히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차 한대의 데이터와 2000대의 데이터가 비교되겠는가. 2000번을 나가야 한다.

또,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센서들, 라이다(Lidar)와 레이더(Radar), 카메라의 핵심 원천 기술은 외국에 있다. 라이다는 특히 국방용으로 개발돼 미국, 독일, 프랑스가 강하고 레이더도 마찬가지다. 다만, LG와 만도가 열심히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다. 카메라는 고속 주행하면서 앞 면을 인식해 정확히 알아내는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아직 부족하다.(선우명호 교수)

▲좋은 정보를 드리자면 여러분은 자율주행이 옵션 패키지로 나온다면 얼마에 사시겠는가. 미국에서 1000명에게 물었더니 5000달러, 500만원을 이야기하더라. 모 회사 CEO인 회장님은 2억이라도 운전기사가 듣지 않았으면 하는 프라이버시 문제로 사겠다고 했지만 일반인은 다르다. 기술의 수용성 문제도 있다.(선우명호 교수)

-자율주행차는 언제 상용화될까. 레벨5인 완전 자율주행말이다.

▲사람이 타지 않고도 움직이거나 잠자는 상황에서 움직이는 무인차 수준은 기술적으로는 1,2년 새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용성이나 제도 등의 문제로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선우명호 교수)

-LG유플러스가 차량제조사랑 제휴한 곳이 있는가. 지난번 MWC 때 하현회 부회장이 현대기아차와 혼다 등을 방문했는데.

▲국내 자동차 회사와 여러 협력을 하고 있다. LTE 통신, 인포테인먼트도. 자율주행에 5G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있다. 언제까지 어느 수준으로 하자 등 이런 구체적인 협의는 없다. 5G, 정밀지도, 정밀 측위에선 통신사 역할이 있지 않느냐고 보고 협의 중이다.(강종오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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