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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AI 시대, 글로벌 규범 논의 주도를 위한 간담회’에서 학계, 업계, 법조계 전문가들은 큰 틀 내의 규범은 필요하나 전략적 모호성도 중요하다는 의견을 나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성필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이 미국의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위한 행정명령(’23.10월)‘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을 발표하고,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강지원 변호사가 내년 1월 공개돼 2년 뒤 시행될 ’EU 인공지능 법안‘의 주요 내용 및 시사점을 소개했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미국과 유럽의 AI 규제 시도를 주의 깊게 살피면서도,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고려해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유했다.
A교수는 “EU는 인공지능 관련 최초의 수평적 규제를 추진 중인데, EU 외에서 개발된 기술이라도 역내 사용 시 규제 대상이 되므로 우리 기업들도 주의가 필요하다”며 “글로벌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법률안도 신속히 확정돼야 하지만, 여러 개별법안들과의 상충문제를 충분히 고려하며, 용어 정의도 구체적으로 하기보다는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교수는 “EU가 사전적인 규제라면 영국은 사후적인 규제”라며 “EU는 경직적인 방식인 반면, 영국은 살펴보자는 유연한 규제 같다. 영국의 입장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법 규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되, 성급한 규제는 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A변호사는 “EU같은 규제법안은 EU의 자멸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다”며 “우리는 권리장전을 구체화하는 수준에서 법안을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 저작권법 부분은 콘트롤할 수 있는 균형잡힌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B변호사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법 규범이 없다면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구축하기 어려우니 명확해질 필요는 있겠다”면서도 “범용 AI에 대해선 EU도 헷갈려 한다. 우리가 아무리 앞서 고민하더라도 너무 성급할 필요는 없다”고 언급했다.
기업들의 의견은 규범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국내 기업에게 규제가 생존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A사 관계자는 “글로벌 AI 규제 시도는 사다리를 끊어버리는 시도 같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략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했고, B사 관계자는 “너무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규제하면 기술의 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다. 글로벌 규범 논의에 뛰어들려면 우리가 힘이 있어야 하고, 규제가 부를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간담회를 주재한 과기정통부 박윤규 제2차관은 “올 한 해 AI만 생각하면 졸면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국식 자율규제와 EU의 강력한 규제 등 서로 다른 규율이 추진되는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는 우리에게 주어진 혁신의 기회를 잘 살리면서, 개인과 사회의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는 균형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