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집은 어디냐”, “보호자 번호를 알려달라”고 외치며 주취자들을 챙기기 바빴다. 구토하는 주취자들에겐 물티슈를 건냈고, 물티슈가 바닥에 던져지면 그 처리도 경찰 몫이었다. 주취자들이 정신을 차리면 “분실물이 발생했다”며 또 다른 문제가 시작된다. 이들의 소동은 아침 해 뜰 때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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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3시쯤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에서 술에 취해 흡연하던 남성을 A(19)씨가 제지하다 폭행을 당했다. 이 남성은 A씨를 밀쳐 넘어뜨리고 얼굴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린 혐의를 받고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달 22일 오전 5시쯤에는 서울 강남구 논현역에서 쌍방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술에 취한 20대 청년들이 길을 가다 시비가 붙은 것이다.
주취 사건·사고는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꾸준히 느는 추세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112신고 건수는 거리두기 해제 전 6개월간 하루 평균 9845건에서 해제 후엔 1만 1346건으로15.2% 증가했다. 특히 거리두기 해제 후 회식 등 각종 모임이 늘면서 음주 관련 신고가 급증했다. 보호 조치는 같은 기간 하루 평균 532건에서 783건, 주취자 신고는 90건에서 129건으로 각각 47.2%, 43,3%씩 크게 늘었다.
주취자 신고가 늘수록 경찰들도 바빠진다. 주로 접수되는 신고는 보호조치·폭행·점유물 이탈 횡령 등이다. 서울 마포구의 번화가 거리를 관할하는 한 지구대 경찰은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업무가 급격히 늘어났다”며 “목요일부터 주말까지는 순찰을 제대로 못 돌 정도로 신고가 많이 들어 온다”고 토로했다. 인근 지구대 경찰 관계자도 “주취자 사건이늘어 야간 근무가 더욱 힘들어졌다”며 “코로나19로 중지됐던 모임이 폭발하면서 사람이 늘어났고 덩달아 주취자도 늘어나 인사불성으로 취한 분들이 아침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취자들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경찰들이 주취자로부터 폭행당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지만,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태반이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하기엔 증거수집 등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일선 경찰 관계자는 “술이 깨면 죄송하다고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런 사람들을 공무집행방해로 법적 처리를 할 수 없지 않느냐”며 난감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