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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중국·인도 용광로 가동 줄였다…철광석값 사상 최고

김보겸 기자I 2021.05.10 17:22:55

중국·싱가포르서 장 열리자마자 10% 급등
중국 환경오염 이유로 철강생산량 감산
인도 코로나19 여파로 생산량 줄어
경제 살아나며 수요 느는데 공급이 못따라가

중국 산둥반도에서 수입산 철광석을 하적하고 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서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철광석 가격이 치솟고 있다. 장이 열리자마자 10% 넘게 폭등하기도 했는데, 실제 수요뿐 아니라 투기적 수요의 영향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10일 싱가포르 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철광석 가격은 톤당 226달러(약 25만원)로 10.3%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중국 다롄상품거래소에서도 9월 인도분 철광석 가격이 10% 급등한 톤당 1326위안(약 23만원)을 기록, 최고치를 경신했다.

철광석 가격 강세 요인으로는 세계 경제, 특히 중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철광석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이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점이 꼽힌다. 중국에선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철강 수요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자국 대기오염 주범으로 철강기업을 지목하며 생산량을 줄이도록 촉구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최대 철강 지역인 탕산에서 철강 감산 정책을 펼친 게 대표적이다.

중국이 철광석을 세 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인도에서 철강 생산이 줄어든 것도 가격 상승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인도 최대 철강회사 JSW는 자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함에 따라 생산량이 줄었으며 9월까지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해 산업용 산소를 의료용으로 돌린 여파다.

실제 지난 7일 중국 내 철강 재고는 일주일 만에 절반 수준인 1867만톤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원자재 시장분석 업체 CRU그룹의 에릭 헤드보드 철강 애널리스트는 “최근 철광석 시장에서의 가격 상승은 고품질 철광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와중에 철강 공급이 제한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6일 중국은 호주와의 전략경제대화를 무기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사진=AFP)
수요 공급 측면으로만 설명하기에는 철광석 가격 변동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중국이 철광석 수입의 60%를 의존하는 호주와 관계가 악화된 것도 투기 심리에 한 몫 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6일 중국 정부는 “호주가 냉전적 사고를 한다”고 비난하며 전략 경제대화를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중국은 아직 호주산 철광석 수입 중단 카드를 꺼내 들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철광석 가격이 치솟은 데 대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투기적 성격이 짙다고 내다봤다. SCMP는 “이런 투기는 중국이 호주 (철광석) 물량을 줄이거나 끊는다면 중국으로 수입되는 철광석 가격이 치솟을 것이란 계산을 전제로 한다”고 평가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철광석 가격이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의 한 철강 애널리스트는 중국 마이스틸에 “요즘 철광석 가격 예측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더 이상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훨씬 더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철광석 파생상품이 가격 전망을 더 복잡하게 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2009년 싱가포르거래소가 철광석 스왑을 처음으로 출시하는가 하면 다롄상품거래소에서도 2013년 중국 최초로 철광석 선물거래를 시작하는 등 파생상품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후 펀더멘털뿐 아니라 국제유가나 미국 금리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돼 철광석 가격을 형성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제철소와 트레이더 등이 실물시장 가격위험에 대한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서 철광석 파생상품을 채택하면서 철광석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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