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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소비자향(B2C)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는 국내 로봇 중소기업들은 최근 ‘로봇 바리스타’ 사업을 키우고 있다. 로봇 개발·제조업체는 물론 협동로봇(로봇 팔)을 가져와서 조립과 시스템 등을 붙이는 SI업체들까지 너도나도 로봇 바리스타 사업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곳이 딱히 없어 주로 중소업체들간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로봇 바리스타는 직접 커피를 내려주고 손님에게 전달하는 협동로봇을 뜻한다. 협동로봇에 카페 현장에 맞는 시스템을 얹혀 맞춤화 한 로봇이다. 최근 ‘커피에 반하다’ 등 일부 카페 프랜차이즈들이 24시간 영업하는 로봇 바리스타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주요 관광지에 이같은 로봇 바리스타 카페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분명 로봇 바리스타는 로봇 관련 업체들이 B2C로 외연을 넓힐 수 있는 분야다. 일반 카페처럼 많은 직원이 필요하지 않고, 고객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다양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점차 일하는 사람이 부족한 사회구조 속에서 로봇 바리스타는 식음료(F&B) 시장의 좋은 해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이다. 일단 초기 투자 비용이 아직은 높다. 협동로봇의 경우 대략 3000만~5000만원 수준인데, 여기에 조립과 시스템을 입히는 비용까지 더 하면 1억원 이상도 들어간다. 자영업자들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A사도 현장의 수요가 늘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한다.
A사의 전 직원은 “협동로봇 비용이 아직은 높은데, 이를 회수하려면 24시간 동안 고객들이 많이 방문해야 한다. 점심 장사만으론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긴 힘들다”며 “1명의 인건비 몫을 해주길 바랐던 매장 점주들이 크게 다가서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 다른 로봇 업체 B사 관계자는 “국내 F&B 시장 자체가 영세해 더 비용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이라며 “더불어 직원 1명이 붙어 로봇을 중간중간 관리를 해줘야 하는데다, 로봇에 맞춰 카페 환경을 다 고정해야 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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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저가 물량 공세를 펴고 있는 중국 로봇업체들도 장애 요소다. 지난달 국내 로봇전시회 ‘로보월드’에서 만난 SI업체 C사 관계자는 “우리는 해외의 유니버설로봇의 협동로봇을 사용하는데, 페이로드(가반 하중)에 따라 일부 가격은 다르겠지만 보통 3500만원(로봇만)대로 형성돼 있다”며 “하지만 중국산은 로봇만 2500만원으로 1000만원 가량이 더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단순한 협동로봇이나 물류로봇의 경우,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상당히 높게 올라온 상태다. 기술력도 좋은데 중국 정부가 현지 로봇업체에 보조금을 지원, 가격적인 측면에서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아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중국산 로봇업체들은 한국 총판을 끼고 국내 영업을 대폭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국내 로봇업체들도 중국산 여파를 극복하기 위해 부품 국산화 등에 나서고 있다. 2016년 설립된 국내 로봇업체 민트로봇도 최근 로봇 바리스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3가지 핵심 부품을 100% 국산화하며 제품 가격대를 낮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3가지 핵심부품은 △모션제어기 △서브드라이브 △정밀감속기 등이다.
민트로봇 관계자는 “현재 민트로봇의 로봇 바리스타 시스템은 전체 비용이 4900만원 수준”이라며 “핵심 부품들을 국산화함으로써 전체 비용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불확실성이 많음에도 로봇 바리스타는 올해 주요 로봇전시회에서 대거 출품되는 등 주요 트렌드로 떠오른 상황”이라며 “그간 기업간거래(B2B)에 치우쳤던 로봇 산업이 당장 B2C로 외연을 확장하기 쉬운 분야라는 점이 주효한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높은 비용을 어떻게 현실화해 나갈지가 관건이다. 자칫 빛좋은 개살구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