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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도 인사 예우 文대통령 “사상 첫 금관 문화훈장으로도 부족”

김영환 기자I 2020.12.09 16:18:18

文대통령, 국보 180호인 ‘세한도’ 기증한 손창근 선생 가족 靑초청
“우리 사회에 큰 울림 주셨다..코로나로 지친 국민에게 위로될 것”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9일 국보 제180호인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기증한 손창근 선생을 청와대로 초청해 90도로 인사를 올리며 극진한 감사를 표했다. 손씨는 2004년 문화유산 정부 포상이 시작된 이래 금관문화훈장(1등급) 수훈을 처음 받는 인사다. 문 대통령은 그럼에도 “그것만으로도 이렇게 감사를 드리기에 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고 청와대에 초청한 배경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세한도’(국보 제180호)를 기증한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옹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세한도를 비롯해 평생 수집한 국보·보물급 문화재를 기증한 손창근옹은 문화훈장 중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손씨를 비롯해 아들인 손성규 연세대 교수 내외 등을 청와대에 초대해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셨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손씨는 2018년 추사의 불이선란도 등 서화 304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데 이어 올해 9월에는 마지막으로 소장하고 있던 세한도까지 기증했다. ‘세한도’는 전문가들로부터 무가지보(無價之寶), 가격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한 가치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직원과 차량을 직접 보내 손씨를 모셔오도록 하는 등 극진한 예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차량이 도착하는 장소에 직접 마중 나가 손씨를 맞으면서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손창근 선생님 아주 정정하신 모습 뵈니깐 참 좋다”라며 “연세가 아주 높으시고, 또 오늘 날씨도 찬데 오시는 길에 힘들지는 않으셨는지 모르겠다”고 안부를 물었다.

문 대통령은 “정말 국가가 얼마나 감사를 드려야 될지 모르겠다. 정부는 그에 대해서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문화유산 보호 유공자들에게 드리는 문화훈장 가운데에서 최고 훈격인 금관 문화훈장을 우리 손 선생님께 수여를 했다”라며 “문화유산 보호 유공자들에게 이렇게 금관 문화훈장을 이렇게 수여한 것은 우리 손 선생님이 사상 최초”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저는 그것만으로도 이렇게 감사를 드리기에 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손 선생님을 우리 청와대에 이렇게 초청해서 좀 따뜻한 차라도 대접을 하면서 국민들을 대표해서 직접 이렇게 감사를 드리기도 하고 또 문화훈장 수여받으신 것에 대해서 축하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오늘 이렇게 모셨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말 귀한 결단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 말씀을 드리고 저는 이렇게 ‘세한’이라는 그 말이 마치 좀 공교롭게도 지금 코로나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상황을 그대로 표현해 주는 그런 말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세계가 다함께 코로나를 겪어보니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방역에 대해서 모범적이고, 또 이웃을 배려하는 그런 아주 성숙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하는 것이 잘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런 면에서 이 ‘세한도’는 코로나 때문에 지친 국민들께도 아주 큰 힘과 또 희망이 될 것이라고, 또 위로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손씨의 부친인 고(故) 손세기 선생 역시 1974년 서강대학교에 ‘양사언필 초서’(보물 제1624호) 등 고서화 200점을 기증한 바 있다. 손씨는 앞서서도 2008년 국립중앙박물관회에 연구기금 1억원을 기부했고, 2012년엔 경기도 용인시의 산림 200만평(시가 약 1000억원)을 산림청에 기부하기도 했다. 2017년에도 50억원 상당 건물과 함께 1억원을 KAIST에 기부했다.

문 대통령은 “선친이신 손세기 선생님과 함께 대를 이어서 아주 소중한 우리나라 문화재들을 수집하고 보호하고, 또 대를 이어서 평생 수집한 그 소중한 문화재들을 국민들의 품으로 그렇게 기증을 해 주셨다”라며 “우리 손세기, 그다음에 또 손창근 선생님의 기증을 기리는 아마 특별실, 기념실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마련되어 있을 텐데 그것을 잘 꾸미고 잘 관리해서 이런 문화재 기증에 대한 아주 훌륭한 표상으로 두고두고 국민들에게 기념될 수 있도록 그렇게 노력들 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달 24일부터 특별기획전 ‘겨울 지나 봄 오듯-세한·평안’을 통해 세한도를 일반에 공개했으나 최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8일)되면서 18일까지 일단 관람이 중단된 상태다. 문 대통령은 “상황이 좀 진정되는 대로 다시 조속히 재개해 주시고, 또 그동안 못한 기간만큼은 더 전시 기간을 늘려서 많은 국민들이 충분히 함께 볼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란다”고도 주문했다.

한편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이날 손창근 선생에게 세한도에 담긴 인장 ‘장무상망(長毋相忘·길이 서로 잊지 말자)’ 글귀와 손수 만든 곶감, 무릎담요를 선물하며 ‘오래 잊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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