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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발표한 분기 보고서에서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완전 차단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려면 올 겨울 가스 사용량을 예년의 13% 가량 더 줄여야 한다고 추산했다. IEA는 “EU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으로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은 가스관 정기점검 등을 이유로 노르드스트림-1을 통해 독일, 폴란드, 프랑스, 이탈리아로 향하는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이에 유럽 국가들은 미국과 카타르 등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해 부족분을 대체하고 있다.
문제는 가스프롬의 가스 공급 중단이 실제로는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이에 유럽에선 에너지 부족 우려가 심화하는 올 겨울 그나마 남아 있는 가스관마저 가동이 중단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아직까진 우크라이나를 거쳐 슬로바키아로 향하는 가스관과 튀르키예(터키)를 통해 흑해를 건너 불가리아까지 잇는 가스관은 운영되고 있다.
EU는 가스 저장률이 당초 목표치인 80%를 넘어 88%를 기록했다며 올 겨울 에너지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EU는 오는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각 회원국별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피크 시간대에 5%씩 의무적으로 전기 사용을 감축하고, 회원국들 자발적으로도 10%까지 전력 소비를 줄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IEA의 이날 보고서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전면 중단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본 것이다. IEA는 “러시아의 가스 차단 대응 시나리오에선 유럽의 가스 저장고가 90%가량 채워져야 한다”며 “높은 수준의 LNG 공급을 감안해도, 11월 수요 감소 없이 러시아의 공급이 완전히 끊기면 내년 2월엔 EU의 가스 저장률이 20%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지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LNG가 공급된다고 가정하면 저장률은 5%를 밑돌 것”이라며 “일반 소비자들도 가정과 공장, 사무실에서 보일러 온도를 조정하는 등 가스 사용 감축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IEA는 유럽의 LNG 수입 급증으로 국제 가스 시장에서 수급 불균형이 발생, 올 겨울 에너지 위기가 아시아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가스 가격이 더 높아 공급 물량이 유럽으로 몰리고, 이에 따라 아시아에 공급될 가스량이 작년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기준 유럽의 LNG 수입량은 전년 동기대비 65% 급증했으며, 올해 전체 수입량도 600억㎥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 세계 LNG 수출 능력 증설량의 2배가 넘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