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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美 추가 긴축 끝…韓 통화정책 독립성 강화됐다"

하상렬 기자I 2023.12.20 19:00:03

한은, 12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美 금리 인하 가능성 커져…국내 요인 보다 주목"
"韓 인하 논의 상황은 아냐…美와 상황 달라"
"현 시점은 내년말 내후년초 2% 달성 전망 유지"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우리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강화됐다고 진단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 논의를 시작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았고, 우리도 환율이나 자본이동 등 통화정책의 대외적인 제약에서 자유로운 가운데 국내 요인에 주목하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하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 총재는 20일 연 2회 발표하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 논의에 들어갔다고 한 발언이 우리나라 물가에 끼칠 영향에 대해 “내년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통화정책에서 국외 요인이 안정돼 독립적으로 물가 등 국내상황을 보고 통화정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금리를 더이상 올리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국제금융시장이 안정됐다”며 “통화정책을 운용하는데 있어 환율이나 자본이동 등 제약조건 중 하나가 풀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앞선 지난 14일 새벽 FOMC 결과 기자회견에서 “최종금리에 들어섰다고 평가한다”며 사실상 추가 긴축이 없을 것을 암시했다. 그는 더욱이 “언제부터 긴축 강도를 낮추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며 금리 인하 논의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연준 이사들은 점도표를 통해 내년 최종금리 수준을 기존 5.1%에서 4.6%로 낮춰잡으며, 내년 중 최소 세 차례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등 주요국이 금리 인하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우리 물가는 상·하방 요인이 모두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수입물가가 나아진다는 점에선 물가 하방압력이 있지만, 반대로 금리가 낮아지면서 경기가 좋아지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수 있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은은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을 표했다. FOMC 이후 커진 시장의 변동성이 어느 수준으로 수렴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상황만 보면 유가도 다시 반등하고 있고, 미 통화정책 기대 변화도 변동성이 크다”며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물가 목표(2%) 수렴 시기 전망은 내년 말이나 2025년 초”라고 말했다. 기존 전망에서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이 총재도 “이번 FOMC 이후 금융통화위원과 의견을 나눌 기회가 없었다”며 “FOMC가 통화정책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1월 금통위 때 말씀드릴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다만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시장 시각에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장은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을 비둘기파(완화 선호)적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이 총재는 이를 달리 평가했다. 이 총재는 “파월 의장은 금리를 더 올리지 않더라도 현 수준을 오래 유지하면 상당히 긴축적인 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했다”며 “금리 인하 논의가 있었다는 언급에 시장의 해석은 다르지만, 방점은 현 수준이 긴축적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금리 인하 논의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미국은 고정금리 비중이 높아 통화정책 파급효과가 더딘 데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가격 등에 상당 부분 반영됐기 때문에 근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기준 우리나라(2.9%)보다 높은 4%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금리 인하 논의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은 미국과 다르다는 판단이다.

한편 한은은 내년 IT 부문을 제외한 경제성장률이 1.7%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IT 부문을 포함한 성장률은 2.1%다. 이 총재는 “(사람마다) 피부에 느끼는 경제 회복 정도가 다를 수 있다”며 “부분적으로 고통을 받는 곳이 많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취약계층 등을 위한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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