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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화재참사 유가족 위로…일부 유족 “초기 대응만 잘했어도…” 항의

김성곤 기자I 2017.12.22 17:15:22

22일 오후 화재참사 희생자 시신 안치된 제천서울병문 방문
화재참사 유가족 일일이 만나 손잡고 어깨 두드리며 위로
유족, 침통하고 격앙된 분위기…취재진에 “사진 찍지마세요” 항의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희생자들이 안치된 병원을 찾아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사망자 29명이 발생한 제천 화재참사 현장을 전격 방문한 데 이어 희생자들의 시신이 안치된 제천서울병원에 들러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날 오후 2시 15분경 제천서울병원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시종 충북지사, 이근규 제천시장의 안내를 받은 뒤 현관에서 이시종 충북지사로부터 사고 상황에 대안 이야기를 들었다. 문 대통령은 이후 2층에 마련된 빈소에 들러 유족들의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일부 유족들은 문 대통령의 “수사 어떻게 되어가나요. 결과를 좀 알려 주세요”라며 흐느끼거나 “뭐야, 사람이 죽었는데!”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대체로 격앙되고 침통한 분위기였다. 일부 유족들은 “정부가 이런 식으로 대처하는 게 한두 번 입니까?”, “초기 대응만 잘했어도 사람이 이렇게 많이 죽지는 않았을 겁니다”, “죽여 놓고 오면 뭘 합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취재진을 향해 “사진 찍지 마세요”라고 항의했다. 한 중년 여성은 문 대통령을 보자마자 “사람이 죽었습니다”라며 대통령을 붙잡고 오열하다가 바닥에 쓰러지기도 했다.

유족들은 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면서 소방당국이 골든타임을 놓친 거 아니냐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면서 울분을 토했다.

한 유가족은 “살 수 있었던 거 아닌가요. 사람이 먼저다고 하셨는데 이번에 사람이고 뭐고 없었어요. 하나 말씀드리면 화재가 났으면 구조를 해 줘야죠”라고 말했다. 또다른 유가족은 기자들을 향해 “당신네들이 좋아하는 초상권 우리도 있어. 나가요”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일부 유가족은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몇 십 명 아까운 생명을”이라고 흐느꼈고 문 대통령은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유가족들과 차례로 만나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유가족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다독이면서 주로 이야기를 경청했다.

A유가족은 “아내가 죽었습니다. 사우나실 통유리를 안 깨서 죽은 겁니다. 통유리만 일찍 깼어도 사람들이 많이 살았을 겁니다”라며 “제가 용접을 해서 잘 안다. 이거 일당 10만원자리 안전사만 놔뒀어도 이런 사고가 안났다. 그 인건비 아끼려다 이렇게 된 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용접할 때 1명 안전 관리하는 사람만 있었어도 됐다는 말이죠”라며 안타까워했다.

B유가족은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가 통유리에 갇혀 나올 수가 없으셨던 것 같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유가족의 손을 잡고 등을 다독이면서 “황망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기운을 내십시오”라고 당부했다.

C유가족은 “조카가 초등학생인데 한순간에 엄마를 잃었습니다. 저희 언니 돌아오게 해주세요. 통유리 때문에 나올 수가 없었다”며 “평창올림픽도 잘 돼야 대통령 잘된다고 봉사활동을 열심하 하는 열혈 지지자였다. 멋진 언니였다. 꼭 기억해달라”고 말햇다.

D유가족은 “형수님이 돌아가셨다”며 “우리나라 사회 안전망이 이렇게밖에 안된다니 좌절감만 느낍니다. 소방관이 있어서 각층에서 진압을 했더라면 피해가 더 크지 않았을 거에요”라고 전했다.

E유가족은 “진상규명 부탁드릴게요. 탈출을 하고 싶어도 문이 좁아서 탈출을 못했나 봅니다. 꼭 좀 억울한 사연 없게 힘써주십시오”라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네”라고 대답했다.

문 대통령은 유족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뒤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고 또다른 유가족들은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하다”, “비상구가 문제다. 정말 거기에 많은 사람들이 갇혔다. 구해주는 거 기다리다가 다 죽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유족 대표 2명과 공개 면담을 가졌다. 한 유족은 “세월호 이후 좀 나아지는가 했는데 우리나라 안전시스템이 나아진 게 뭡니까”라면서 “2층 통유리를 깼으면 사람들이 많이 살았을 텐데 유리를 깨지 못하고 밖에서 물만 뿌린 거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또다른 유족은 “제가 화재가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119에 신고를 했다. 소방차가 오후 4시에 출동을 했답디다. 그런데 통유리를 오후 5시 30분에 깼다는 게 말이 됩니까”라면서 “사우나에 있던 사람들이 락커 가서 옷까지 갈아입고 구조만 기다리는데 다 죽었잖습니까”라고 말했다.

말없이 유족들의 이야기를 듣던 문 대통령은 범정부차원에서 대책과 사고 수습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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