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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2시 15분경 제천서울병원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이시종 충북지사, 이근규 제천시장의 안내를 받은 뒤 현관에서 이시종 충북지사로부터 사고 상황에 대안 이야기를 들었다. 문 대통령은 이후 2층에 마련된 빈소에 들러 유족들의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일부 유족들은 문 대통령의 “수사 어떻게 되어가나요. 결과를 좀 알려 주세요”라며 흐느끼거나 “뭐야, 사람이 죽었는데!”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대체로 격앙되고 침통한 분위기였다. 일부 유족들은 “정부가 이런 식으로 대처하는 게 한두 번 입니까?”, “초기 대응만 잘했어도 사람이 이렇게 많이 죽지는 않았을 겁니다”, “죽여 놓고 오면 뭘 합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취재진을 향해 “사진 찍지 마세요”라고 항의했다. 한 중년 여성은 문 대통령을 보자마자 “사람이 죽었습니다”라며 대통령을 붙잡고 오열하다가 바닥에 쓰러지기도 했다.
유족들은 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면서 소방당국이 골든타임을 놓친 거 아니냐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면서 울분을 토했다.
한 유가족은 “살 수 있었던 거 아닌가요. 사람이 먼저다고 하셨는데 이번에 사람이고 뭐고 없었어요. 하나 말씀드리면 화재가 났으면 구조를 해 줘야죠”라고 말했다. 또다른 유가족은 기자들을 향해 “당신네들이 좋아하는 초상권 우리도 있어. 나가요”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일부 유가족은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몇 십 명 아까운 생명을”이라고 흐느꼈고 문 대통령은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유가족들과 차례로 만나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유가족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다독이면서 주로 이야기를 경청했다.
A유가족은 “아내가 죽었습니다. 사우나실 통유리를 안 깨서 죽은 겁니다. 통유리만 일찍 깼어도 사람들이 많이 살았을 겁니다”라며 “제가 용접을 해서 잘 안다. 이거 일당 10만원자리 안전사만 놔뒀어도 이런 사고가 안났다. 그 인건비 아끼려다 이렇게 된 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용접할 때 1명 안전 관리하는 사람만 있었어도 됐다는 말이죠”라며 안타까워했다.
B유가족은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가 통유리에 갇혀 나올 수가 없으셨던 것 같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유가족의 손을 잡고 등을 다독이면서 “황망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기운을 내십시오”라고 당부했다.
C유가족은 “조카가 초등학생인데 한순간에 엄마를 잃었습니다. 저희 언니 돌아오게 해주세요. 통유리 때문에 나올 수가 없었다”며 “평창올림픽도 잘 돼야 대통령 잘된다고 봉사활동을 열심하 하는 열혈 지지자였다. 멋진 언니였다. 꼭 기억해달라”고 말햇다.
D유가족은 “형수님이 돌아가셨다”며 “우리나라 사회 안전망이 이렇게밖에 안된다니 좌절감만 느낍니다. 소방관이 있어서 각층에서 진압을 했더라면 피해가 더 크지 않았을 거에요”라고 전했다.
E유가족은 “진상규명 부탁드릴게요. 탈출을 하고 싶어도 문이 좁아서 탈출을 못했나 봅니다. 꼭 좀 억울한 사연 없게 힘써주십시오”라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네”라고 대답했다.
문 대통령은 유족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뒤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고 또다른 유가족들은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하다”, “비상구가 문제다. 정말 거기에 많은 사람들이 갇혔다. 구해주는 거 기다리다가 다 죽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유족 대표 2명과 공개 면담을 가졌다. 한 유족은 “세월호 이후 좀 나아지는가 했는데 우리나라 안전시스템이 나아진 게 뭡니까”라면서 “2층 통유리를 깼으면 사람들이 많이 살았을 텐데 유리를 깨지 못하고 밖에서 물만 뿌린 거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또다른 유족은 “제가 화재가 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119에 신고를 했다. 소방차가 오후 4시에 출동을 했답디다. 그런데 통유리를 오후 5시 30분에 깼다는 게 말이 됩니까”라면서 “사우나에 있던 사람들이 락커 가서 옷까지 갈아입고 구조만 기다리는데 다 죽었잖습니까”라고 말했다.
말없이 유족들의 이야기를 듣던 문 대통령은 범정부차원에서 대책과 사고 수습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