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코로나, 중국에서 시작 안 됐다..박쥐 등 중간숙주가 전파 유력”

방성훈 기자I 2021.03.31 15:22:33

中우한 실험실·수산시장 발생 가능성 “매우 낮아”
美·韓 등 14개국 반발 '성명서' 발표..中은 “조사팀에 찬사”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중간 동물 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전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당초 제기됐던 중국 우한의 실험실 또는 수산시장에서 최초 발생했을 것이라는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미국과 한국, 일본 등 전 세계 14개국은 조사가 늦어지고 결과 발표도 지연된데다 원자료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했다면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독립적인 추가 조사를 촉구했다.

야생동물이 중간고리 역할 했을 것..中우한설 가능성 낮아

WHO는 30일(현지시간) 코로나19 전파 경로로 제시된 4가지 시나리오에 대해 조사한 ‘WHO-SARS-CoV-2의 기원에 대한 소집된 글로벌 연구: 중국 파트’ 보고서를 발표했다.

120페이지 분량의 이번 보고서에는 국제 전문가 17명과 중국 전문가 17명으로 구성된 조사팀이 지난 1월 14일부터 2월 10일까지 28일 동안 코로나19 바이러스 발병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에서 바이러스의 기원 및 전파 경로 등에 대해 연구한 세부 내용이 담겼다.

조사팀은 보고서에서 박쥐 같은 동물에서 시작돼 중간 동물 숙주를 거처 인간에게 전염됐다는 가설에 대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박쥐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바이러스가 발견됐는데, 둘 사이에는 수십 년의 진화적 거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농장에서 잡아 키우는 야생 동물 등이 중간 고리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사팀은 또 박쥐 등 1차 동물 숙주에서 인간에 ‘직접’ 전파됐다는 가설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냉동 운송 식품을 통한 전파 가능성은 “있을 수 있지만 결정적 증거도 없고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 우한 실험실에서 유출돼 화난 수산시장 등을 통해 전파됐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결론을 지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견된 2019년 12월 이전 어떤 실험실에서도 코로나19와 관련된 바이러스에 대한 기록이 없기 때문이라고 조사팀은 설명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사진=AFP)
美 등 “中 비협조로 조사 신뢰성 의문”..WHO, 추가 조사 시사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 대해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결과 발표가 지나치게 늦어졌다는 점이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는 중국 우한 현지 조사가 끝난 지 무려 48일 만에 공개됐다. 조사 기간이 28일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아한 대목이다. 당초 WHO는 요약 보고서가 2월 중순에 먼저 나올 것이라고 했다가, 다시 3월 중순 최종 보고서와 함께 발간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아울러 중국 당국의 비협조 등으로 조사를 위한 원자료에 충분히 접근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조사팀도 정보 접근금지 규정 등으로 실험실 유출설에 대해서는 충분히 조사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조사팀을 이끈 피터 벤 엠바렉 박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조사하는 동안 팀원들이 모든 측면에서 정치적 압력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다만 “보고서에서 중요한 요소들을 삭제하라는 압박을 받지는 않았다”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미국·한국·호주·캐나다·체코·덴마크·에스토니아·이스라엘·일본·라트비아·리투아니아·노르웨이·슬로베니아·영국 등 14개국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는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국제 전문가의 연구가 상당히 지연되고 완전한 원자료와 표본에 대한 접근이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 공통으로 우려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사가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조건에서 수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조사팀의 독립적인 조사를 방해한 것이라는 속뜻이 담겨 있다.

백악관 젠 사키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보고서 내용이 “코로나19 팬데믹이 세상에 미친 영향의 수준에 걸맞지 않다”면서 “중요한 데이터, 정보에 대한 접근성과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코로나19 기원 조사에 참여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보여준 과학, 근면, 전문성에 찬사를 보낸다”며 환영했다.

한편 엠바렉 박사는 “이번 조사는 단지 시작이다. 바이러스 기원을 밝히기 위해 수행돼야 하는 매우 복잡한 연구의 표면을 긁었을 뿐”이라며 추가 조사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향후 협력 연구에서는 더욱 시기적절하고 포괄적인 데이터 공유가 포함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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