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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F2018]유명희 통상교섭실장 "'워라밸'은 디지털 시대 에너지 동력"

이윤정 기자I 2018.06.20 15:53:27

제9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세션5. 라이프혁신: 일과 행복
"일과 삶 사이에서 본인만의 균형점 찾아야"
"평생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노력하면 인정받을 것"

유명희 산업통상자우너부 통상교섭실장이 2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9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이윤정 정다슬 기자] “21세기에 ‘워라밸’은 어렵지만 꼭 필요한 과제다.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해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지속가능한’ 실력과 에너지를 갖출 수 있다.”

‘통상협상’ 전문가인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2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9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워라밸: 일과 삶의 균형’을 주제로 강연하며 “일과 업무, 개인의 삶과 자기계발 사이에서 본인만 아는 균형점을 찾으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명희 실장은 산업통상자원부 70년 역사상 첫 여성 1급 공무원이다. 한국 싱가포르 자유무역협정(FTA) 때 유일한 여성 통상 전문가로 협상에 참여했고, 2006년 ‘한미 FTA 협상’ 당시에는 서비스와 경쟁 두 개 분과를 진두지휘하며 맹활약했다. 하지만 유 실장에게도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은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유 실장은 고등학교 1학년생인 딸을 키우며 가사와 일을 병행해왔다. 야근이라도 하는 날이면 온종일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딸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 유 실장은 “우리 사회는 ‘워라밸’ 중에 아직도 ‘워(Work·일)’의 비중이 80~90% 되는 것 같다”며 이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이어 “미래에는 달라져야 한다”며 “일에 많은 노력을 쏟더라도 나머지 10%는 가정과 자기자신을 위해 열심히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 실장은 디지털 시대에 ‘워라밸’이 더욱 중요하다고 봤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대량생산이 아닌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소통에 의해 업무가 이뤄지기 때문에 더욱 건강한 일과 삶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 실장은 “한미 FTA 협상을 할 때 규범이나 지식은 공부하면 되지만 지금이 미국과 협상을 타결해야 할 시점인지, 아니면 좀 더 버텨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게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필요한 ‘정확한 판단’은 평소에 단련된 자기계발과 자기 삶의 균형, 그리고 활발한 소통을 담보한 팀워크에서 나온다고 했다.

남녀 모두에게 ‘워라밸’은 어려운 과제이지만 특히 육아에 대한 짐을 지고 있는 여자들에게 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여성들은 육아와 관련해 ‘기회비용’을 항상 생각하기 때문에 24시간 일에 투입되기가 어렵다. 유 실장은 이런 상황을 ‘오리’에 비유했다. 오리는 물 위로는 평온한 척 하고 있지만, 물 아래서는 기를 쓰고 물갈퀴질을 하고 있다. 유 실장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순간에도 급식비를 못 챙겨줘서 딸아이는 점심을 굶고 있다”며 “하지만 그게 여자의 한계는 아니다. 조직 문화를 더 합리적이고 현대적으로 효율화시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역설했다.

디지털 시대는 ‘워라밸’을 할 수 있는 많은 여건을 만들어줬다. 예전에는 같은 시간에 사무실에 모여 얼굴을 맞대고 회의를 했지만 디지털 기술은 화상회의를 가능케 했다.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해 의견을 나누거나 ‘그룹콜’ 기능을 활용해 유선상으로 회의를 할 수도 있다. 여성들이 아이를 보면서도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유 실장은 “내 시간이 아까운 만큼 다른 사람의 시간도 아껴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활발하게 소통을 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워라밸 시대’에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공부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실장은 “디지털 시대에 쇼핑도 온라인으로 하고 SNS 등을 하다 보면 남는 시간이 많다”며 “중단기적으로 해야 할 일을 정하고 독서나 운동 등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일에 투자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어 “일과 육아를 병행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공부하는 자세를 견지한 것이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동력이었다. 평생 공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노력하면 그 가치와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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