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6일 오후 2시 여의도 보험개발원에서 열린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보험약관 마련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암호문으로 변해버린 보험약관을 보험사 홈페이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간편히 검색 및 확인하고 어려운 사항에 대해서는 실시간 채팅, 챗봇 등을 통해 바로 묻고 답하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보험 가입 시 따라오는 약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분이 얼마나 되냐”고 물으며 “보험사 사장을 지낸 저도 솔직히 제 보험약관을 끝까지 읽어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보험약관의 분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내용이 너무 어렵고 모호해 일반소비자가 무슨 내용인지 알기 어렵다”며 지난달 발표한 금융소비 보호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도 인용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금융상품 선택 때 보험약관이 가장 중요하지만 내용이 어려워 불편하다는 응답이 절대다수인 88.6%를 차지했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달 열린 공정경제 추진전략회의에서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써져 있는 보험약관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었다.
암호문으로 변해버린 보험약관은 보험사의 영업행태에 기인한다는 게 최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비싼 보험을 만들기 위해 수십 개의 특별계약을 붙이고 특약의 내용을 다 담는다”며 “이렇다 보니 보험설계사도 약관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고 설계사의 설명도 제대로 받지 못한 소비자는 약관을 이해할 수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금융위는 보험약관을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전면개편해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금융감독원, 보험협회, 보험개발원, 소비자단체가 참여하는 보험약관 제도개선 TF를 운영하고 보험상품 협의기구 및 보험약관 이해도 평가에 일반소비자 참여 비중을 대폭 확대키로 했다.
소비자가 직접 어려운 보험약관 사례를 보험협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등록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보험약관의 눈높이 맞추기에는 정보통신기술도 활용한다. 최 위원장은 “보험사 홈페이지, 모바일 앱에서 실시간 채팅, 챗봇(채팅과 로봇의 합성어) 등을 통해 어려운 약관내용을 바로 묻고 답할 수 있는 시스템을 회사별로 갖추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