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재택근무 확대에 기업들 ‘우왕좌왕’..업무 차질·사내 갈등↑

김종호 기자I 2020.12.15 15:41:16

삼성전자, 원격업무시스템 오류로 업무 차질 발생
롯데e커머스는 지난달 재택근무 잠정 중단하기도
재택근무 두고 리더-구성원 간 갈등 사례 등 나와

[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크게 확대 중인 가운데 일부 기업은 업무 차질과 재택근무를 둘러싼 사내 갈등에 직면하는 등 여러 혼란을 겪는 모습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삼성전자(005930)의 원격업무시스템(RBS)에 오류가 발생하면서 재택근무를 하던 일부 직원들이 장시간 업무에 차질을 빚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삼성전자가 사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수원사업장 R5와 생활가전동 건물을 폐쇄하자 신규 재택근무자가 RBS에 몰리면서 예기치 못한 접속 오류 등이 발생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이달 초부터 재택근무자가 늘어나며 RBS 서버가 안정적이지 않던 상황에서 14일에는 오후 내내 RBS 접속이 되지 않아 업무를 정상적으로 보지 못했다”며 “간혹 접속되더라도 접속자가 몰리는 바람에 서버가 먹통이 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RBS는 삼성전자 직원이 자택 또는 이동 중 스마트폰이나 PC를 이용해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회사 업무망에 접속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일부 직원만이 외부 업무를 위해 RBS를 활용했으나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삼성전자가 재택근무 인원을 확대하면서 이를 자택에서 사용하는 직원이 크게 늘었다. 이런 가운데 14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른 건물 폐쇄가 잇따르며 신규 재택근무자가 늘어나자 RBS 서버가 이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재택근무 인원 확대 등으로 RBS에 오류가 발생한 것은 맞지만 순간적인 문제로 일부 직원들만 불편을 겪은 것”이라며 “당일 오류를 발견하고 빠르게 해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택근무 확대로 업무에 차질을 본 기업은 삼성전자뿐만은 아니다. 앞서 롯데e커머스는 지난달 주 1회 시행하던 재택근무를 잠정 중단한 바 있다. 롯데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인 ‘롯데온’에서 시스템 오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현장 근무자들의 재택근무로 인한 즉각 대응이 부실하다고 판단, 재택근무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롯데e커머스는 직원들에 “장애 발생 시 담당자가 현장근무가 아닌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 장애 복구가 지연돼 문제가 확대되고 있다”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재택근무를 둘러싸고 사내 갈등이 확대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반기는 구성원과 이를 꺼리는 조직 리더 사이 갈등부터 재택근무를 적용받지 못하는 부서 구성원들의 불만이 증가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재택근무 도입이 직원들의 만족도와 집중력을 높여 업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적인 기업에서는 재택근무로 의사소통이 줄면서 업무 생산성이 떨어지고 휴식과 근무의 경계가 모호해져 회사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실제 조윤성 GS리테일(007070) 사장은 최근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재택근무나 따지고 나약하기 그지없는 리더, 구성원은 GS25를 파멸시킨다”고 적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재택근무 확대에도 이를 적용할 수 없는 생산직이나 특수 부서의 경우에는 직원들의 불만도 거세지는 상황이다. 국내의 한 IT 기업은 이달부터 핵심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에 대해서만 재택근무를 확대하기로 해 구성원들의 불만을 샀다. 특히 이 회사는 사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경우 실시하는 건물 폐쇄 등 지침도 사업부별로 달리 적용해 구성원들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겪어보지 못한 대규모 재택근무를 실시하며 기업들도 다양한 문제로 혼란을 겪는 모습”이라며 “기업들이 안정적인 재택근무 시스템 구축에 투자하는 것은 물론 재택근무가 업무 생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편견을 버릴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의 한 대기업 직장인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이데일리DB)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