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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정부 한미 FTA 대책회의..김동연 "국민의견 적극 수렴"(재종합)

최훈길 기자I 2017.11.03 17:13:02

경제부총리, 대외경제장관회의 주재
7~8일 트럼프 방한, 美 "핵심의제는 경제"
국책연구소 "농산물 추가개방 시나리오 검토"
10일 文정부 첫 한미FTA 공청회..시민단체 반발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오는 7~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대책회의에 나섰다. 미국이 한미 FTA를 핵심 의제로 정해, 신속한 개정을 위한 전방위 압박을 가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미국 측 요구대로 개정되면 자동차, 농업, 서비스업 등 국내 업계의 피해가 심각해, 협상에 진통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국민 의견을 적극 수렴해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3일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장관 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열린 두 번째 대외경제장관 회의다.

김현종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백운규 산업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 김영문 관세청장, 안병옥 환경부 차관, 맹성규 국토교통부 2차관, 강준석 해양수산부 차관,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등이 참석했다.

◇김동연 “국익 최우선..투명하게 개정협상”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 회의가 열렸다. 장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방한(7~8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청회(10일) 관련한 논의를 했다. [사진=기획재정부]
핵심 의제는 한미 FTA였다. 김동연 부총리는 “한미 양국은 한미 FTA를 더욱 호혜적으로 만들기 위해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함께한 바 있다”며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법과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개정협상에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적극적인 의견수렴도 진행하기로 했다. 김 부총리는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공청회, 국회 보고 등 법률상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며 “그 외에도 온라인 의견 접수, 업종별 간담회 등을 통해서도 국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부총리는 “우선 10일 개최될 공청회에서 충실한 의견수렴이 가능하도록 잘 준비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며 “정부는 국민의 이와 같은 의견 수렴과 견해를 토대로 협상목표를 정해 통상조약체결 계획을 마련하고 국회 등과도 적극 소통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미 FTA 2차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앞둔 지난달 2일 대외경제장관 회의에서도 한미 FTA가 핵심 의제였다. 회의 이후 한미 양국은 추석 연휴였던 지난달 4일(현지 시간) 워싱턴 D.C.에서 FTA 개정 절차를 밟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번에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외경제장관 회의가 열리자 관가 내부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특히 산업부 통상교섭본부 등 통상 라인은 지난 2일 ‘마라톤 대책회의’를 열 정도로 바쁘게 움직였다. 한 관계자는 “오늘은 우리도 통상 측과 통화하는 게 쉽지 않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미국 측 분위기도 예사롭지 않다.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 방한의 핵심 의제는 경제분야”라며 “양국은 한미 FTA에 관한 우려를 해소하려는 협력을 포함해 진정으로 ‘공정하고 평평한 경쟁의 장’을 조성하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 측이 유화적인 표현을 썼지만 FTA를 둘러싼 신경전은 고조되는 양상이다. 양국이 지난달 만나 약속한 통상장관회담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산업부 B 고위관계자는 2일 오후 통화에서 ‘7~8일 한미 통상장관회담 개최 여부·일정’에 대해 묻자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美, 빠르게 밀어붙일 것”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달 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무역대표부에서 제2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열었다. 양국은 이날 한미 FTA 개정 절차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미국의 요구사항이었다. 우리 정부는 한미 FTA 효과 분석부터 하자는 입장이었지만 미국 측은 이를 거부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왼쪽)가 살짝 웃음을 머금은 가운데 우리 측 김현종 본부장(오른쪽 가운데)과 유명희 통상정책국장(오른쪽 두번째)이 굳은 표정을 지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일각에선 양국의 회담 성격을 놓고 이견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우리 정부는 통상장관회담을 원하지만 미국 측은 한미 FTA 3차 공동위를 원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는 빠른 한미 FTA 개정을 원하는 미국 측 속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C 고위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한국이 버티면서 FTA 개정을 늦게 할 것이란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며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한미 FTA 개정을 빠르게 밀어붙이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산업부 B 고위관계자는 “(미국이 3차 공동위를 요구했다는 관측을) 전혀 들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양국 정부가 다음 주 한미정상회담이나 통상장관회담에서 내놓을 합의문은 국내 여론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 개정 관련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는 회담 직후인 오는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이후 통상절차법에 따라 국회 보고 등의 절차가 진행된다. 산업부 D 고위관계자는 “국회 보고 일정은 공청회가 끝나고 이 결과를 토대로 국회 등과 협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반발은 거세지는 양상이다.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총 등 50여개 시민사회 단체들로 이뤄진 FTA대응대책위원회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FTA의 신속한 개정 요구를 위해 방한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력을 거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 없이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는 10일 공청회에 참석해 대책위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는 한미FTA 폐기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이익 균형이 되는 (한미 FTA) 협상을 통해 합의점, 타결점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정부 생각”이라며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고 지지와 동의를 얻겠다”고 말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고래 싸움에서 돌고래로 빨리 변신해 치고 나가야 한다”며 새로운 협상 전략을 예고했다.

◇국책연구소 “농산물 추가개방 시나리오 검토”

[출처=산업통상자원부]
한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산업연구원·농촌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개정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준비 중이다. 이들 국책연구소는 축산물 등 일부 민감품목을 미국에 추가로 개방하는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2일 보도해명자료에서 “한미 FTA 개방과 관련한 경제적 타당성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은 “(이는) 통상절차법 제9조에 따른 것으로 현재의 한미 FTA 시장개방 수준에 대비한 추가적인 시장개방 효과를 분석하는 절차”라며 “경제적 타당성 검토 작업은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경제적 타당성 검토 대상 분야와 실제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의 대상 분야는 별개”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미 양국이 지난달 한미 FTA 개정 절차를 밟기로 합의하면서 우리 정부는 통상절차법에 따라 경제적 타당성 평가·공청회·국회 보고 등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들 국책연구소의 보고서는 오는 10일 공청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한미FTA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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