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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넘어 기술추격 ‘위협’…심상찮은 中스마트폰 공세

김정유 기자I 2023.03.08 18:32:59

MWC서 中업체들 스마트폰 혁신기술 선보여
아너는 용량 키운 실리콘 카본 배터리 공개
원플러스는 240W 급속충전 기술로 이목 집중
롤러블폰 선보인 모토로라, 中기술발전 대비해야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최근 단순 가격 공세를 넘어 급격한 기술 진화로 시장에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배터리 기술부터 롤러블(둘둘 마는 형태) 디스플레이를 가진 스마트폰까지, 이제는 기술에서도 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모습이다. 그간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저가 시장을 공략해왔던 중국 업체들이 삼성전자, 애플과 프리미엄폰 시장을 두고 경쟁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용량 키우는 배터리 기술, 냉각시스템도 ‘눈길’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업체 아너는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글로벌 IT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새로운 유형의 스마트폰 배터리인 ‘실리콘 카본 배터리’를 최초 공개했다. 이 배터리는 중국에서만 판매되는 ‘매직5 프로’, ‘매직5 울티메이트’에 장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실리콘 카본 배터리의 용량은 5450mAh로,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매직5 프로’의 기존 배터리(5100mAh)보다 약 7% 향상됐다.

실리콘 카본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를 12.8% 높였고, 양극엔 흑연을 사용했다. 일반적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압이 3.5V로 떨어질 경우 용량이 거의 남지 않는데, 실리콘 카본 배터리는 같은 환경에서 240% 더 많은 용량이 남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매직5 프로’ 중국 모델에 탑재된 실리콘 카본 배터리는 글로벌 모델에 들어가는 일반 배터리와 크기가 동일하다. 같은 크기의 배터리에서 7% 더 많은 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은 최근 동영상, 게임 등으로 인해 전력 소모가 많은 스마트폰에는 큰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중국 스마트폰 업체 원플러스도 MWC 현장에서 PC 냉각 시스템과 같은 스마트폰용 냉각 기술 ‘액티브 크라이오플럭스’를 선보였다. 스마트폰 내부에 유체를 담은 초소형 튜브와 순환 펌프를 탑재, 유체로 열을 식히는 용도다. 일반적으로 고성능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동작할 때 많은 열을 발생시키는데, 냉각 효율이 좋을 경우 게이밍 등 스마트폰 동작 시 원활하게 만들 수 있다.

리얼미는 급속 충전 기술을 공개해 눈길을 모았다. 이 회사는 지난달 자사 스마트폰 ‘GT3’의 240W 급속 충전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4600mAh 배터리의 경우 9분37초면 100% 충전이 가능하다. 방전된 배터리의 경우 80초면 20% 충전할 수 있다는 것도 영상을 통해 보여줬다. 애플 ‘아이폰14 프로’가 30W를 지원하는 것을 고려하면 큰 차이다. 리얼미는 MWC 현장에서 이 같은 급속 충전을 지원하는 ‘GT3’와 ‘GT네오 5’를 선보였다.

아너의 실리콘 카본 배터리 이미지. (사진=GSM아레나)
폴더블폰 이어 롤러블폰까지, 中추격 무섭네

중국 업체들의 스마트폰 폼팩터(외형) 기술 개발도 무섭게 진화하고 있다. 화웨이, 샤오미, 아너 등 주요 중국 업체들은 MWC에서 잇따라 폴더블(접는)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물론 아직제품 외관은 삼성전자 ‘갤럭시Z’ 시리즈와 거의 유사하지만, 매년 품질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MWC 현장에서 만난 해외 스마트폰 부품 업체 관계자는 “중국의 기술 발전이 눈에 띄게 이뤄져 단순 ‘미투제품’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닌 것 같다”며 “무엇보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게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일부 중국 업체들은 롤러블 스마트폰 기술력도 과시하고 있다. 중국 레노버 브랜드 모토로라는 올해 MWC에서 롤러블폰, 롤러블 노트북 시제품을 전시해 이목을 사로잡았다. 화면이 아래에서 위로 늘어나는 구조로 디스플레이가 크게 확장돼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샤오미·오포·비보)의 점유율은 31% 수준이다. 1, 2위는 삼성전자(22%), 애플(19%)이지만 이후 3~5위권이 모두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가 차지했다. 가성비 높은 제품 중심으로 신흥시장과 유럽 등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기술을 바탕으로 프리미엄폰 시장도 넘볼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업체들이 MWC 현장에서 전면에 자신들만의 혁신적인 기술과 폴더블폰을 내세운 것도 같은 해당 시장을 넘보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전반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수요가 견조한 프리미엄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과거 삼성이나 애플 제품의 외관을 따라하는 데에만 그쳤다면, 최근엔 내부 부품이나 시스템, 폼팩터 등에 있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향후 중국의 무서운 추격으로 시장 판도가 일부 바뀔 수도 있다. 삼성 등 선두 업체들이 초격차 기술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MWC 부스에 전시된 오포의 폴더블폰 ‘파인드 N2’. (사진=김정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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