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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위 "신고리 중단 검토"..文 탈원전 가시화(종합)

최훈길 기자I 2017.06.02 19:55:22

김진표 "원전 집착 버려야..6월까지 대책 논의"
"부산·울산·경주 안전 평가, 지역경제 파장 점검"
업계 난색 "허가 취소? 수조원 소송, 전기료 ↑"
환경단체 환영 "안전한 나라 시급..공약 지켜야"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문재인 정부 5년의 국정과제 밑그림을 그리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공사 중단을 검토하기로 했다. 탈원전 공약에 따라 신규 원전에 대한 재검토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환경단체들은 안전 문제가 시급하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반면 사업비 수조원이 날아갈 위기에 처한 업계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국정기획위 “6월까지 신고리 대책 논의..현장점검”

김진표(왼쪽)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과 김태년 부위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현판식에 참석했다. 국정기획자문위는 내달 말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부위원장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참여한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김진표 국정기획위 위원장은 2일 오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와 관련해 “고리는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점검을 해서 어떻게 할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6월 말까지 (대책을) 논의하겠지만, 이 문제는 안 되면 더 늦춰서라도 안전을 고려한 올바른 결정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중단 △월성 1호기 폐쇄 △신규 원전 전면 중단 및 건설계획 백지화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 즉각 폐쇄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신고리 5·6호기의 운영사는 한수원, 시공사는 삼성물산 컨소시엄이다. 이 컨소시엄에는 삼성물산(028260), 두산중공업(034020), 한화(000880)건설이 참여 중이다.

이날 김 위원장은 탈원전 정책 기조를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지진으로부터 결코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 이제는 원전 집착을 버리고 아주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과거에 집착하고 변화하지 못하면 결국 이 문제로 우리가 패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원전이 있는 31개 나라 중에 5개 나라가 탈원전을 선언했다. 이 변화는 훨씬 더 빨리 올 거다. 5년, 10년 뒤면 중동에서도 원전을 안 할 수 있다”며 “빨리 준비해 같이 비용을 나누더라도 원자력 강국으로서 축적된 기술을 앞으로 올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분야로 투입하고 선진국으로 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은 “원전이 부산·울산·경주에 집중돼 있는데 여기에 신고리 5·6호기를 지을 경우 안전성 평가를 해야 한다. 1기씩 추가할 때 원전(밀집도)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되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현장도 봐야 한다”며 “경주 지진 때 우려했던 활성단층이 부산·울산·경주에 얼마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시) 매몰 비용이 1조원부터 2조5000억원까지 관련자마다 의견이 다르다. (원전이 건설된) 공정도도 25~35%로 다르다”며 “(경제적 여파 관련해)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도 냉정하게 점검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관련 법 개정이나 지원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국가의 재정을 배분할 필요가 있다”며 “한전법 개정을 통해 이런 재원 배분도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이 많은 시사점을 준다”며 “LNG, 열병합, 신재생을 육성하는 부담금도 만들고 있는데 우리도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한수원 측 “수조원대 소송전, 전기료↑”

부산 울주군 신고리 3·4호기 전경. 부근에 건설 중인 5·6호기 공정률은 30% 정도다. [사진=고리원자력본부, 뉴시스]
이날 김 위원장이 “일단 공사를 중단”한다고 발언해 일각에선 국정기획위가 공사 중단 명령을 내린 것으로 풀이됐다. 신고리 원전 5·6호기에 대한 공사를 5년간 잠정 중단한다는 내용으로 업무보고가 진행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측에선 “사실무근”, 한수원 측에선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혀 혼선이 일었다. 이에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이날 저녁 브리핑에서 “5년 동안 (건설을) 잠정중단 한다는 보고도 없었다”며 “(김 위원장의 발언은) 공사중단 여부를 검토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개호 경제2분과 위원장은 “발전 정책에 관한 공약은 추진될 것”이라면서 “국가적 에너지 수요를 감안해 어려움과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차근차근 시행할 것이다. 관련 이해 당사자의 협의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연말까지 (산업통상자원부의) 8차 전력수급계획이 만들어지면 이런 철학이 반영될 것”이라며 탈원전 공약을 계획에 반영할 것임을 시사했다. 전력수급계획은 원전 등 발전소 건설 여부를 결정하는 가이드라인이다.

이에 대해 업계와 환경단체는 상반된 분위기다. 원전 업계에서는 전기요금이 올라 국민부담이 늘어나고 수조원대 소송전이 불거질 것이라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수원 노조 측에서는 “재고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원전 건설이 중단, 폐쇄되면 전례 없는 후유증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성명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중단된다면 매몰비용 1조5000억원과 추가되는 부대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제조업체 및 원전을 자율 유치한 지역으로부터 각종 소송에 휘말리며 수조원의 추가 비용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정기획위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변변한 자원 없이 에너지 98% 이상을 수입하는 현실에서 대안 없이 무조건 원전 제로(zero)를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에너지 안보가 또다시 풍전등화 앞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카이스트·부산대 등 전국 23개 대학 에너지 전공 교수 230명은 지난 1일 성명에서 “전문가가 배제된 채 추진되는 일방통행식 탈원전 정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성명에 참여한 성풍현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다른 나라에는 우리가 원자력발전의 모델인데 우리 스스로 수출 길을 닫자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단체 “홍준표도 재검토 약속..건설 취소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9월13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정문 앞에서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과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뉴시스]
그러나 환경단체는 “학자적 양심은 어디 가고 원자력산업계 나팔수를 자처하는가”라며 “수명이 다한 월성 1호기 폐쇄와 신고리 5·6호기 취소는 지금 당장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통해 “원전 추진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가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며 “원자력 공학자들은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자중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양이원영 처장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조차 울산 유세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검토를 약속했다”며 “가동 중인 원전을 닫겠다는 것도 아닌데 신규원전 중단 공약을 실천하는 것에 대해 일방적이라고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양 처장은 “탈핵, 원전 제로(zero), 에너지전환 사회를 가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만큼 (국민의) 이익도 커진다. 더 안전하고 깨끗한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양 처장은 “김진표 위원장의 발언이 공약 후퇴 발언은 아니라고 본다”며 “문 대통령이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과 월성 1호기 폐쇄를 약속한 건 그만큼 시급한 문제라는 뜻이다. 단계적인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고리 건설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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